"실패 경험 적을수록 면역력 약해… 좌절 극복할 수 있는 힘 키워줘야"
더 이상의 참사를 막기 위해 카이스트에 절실한 노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겉으로 모범생이고 착실한 모습으로 보이는 사람일수록 의외로 작은 실패와 좌절을 넘어서는 힘이 부족할 수 있다"며 "이 힘을 키워 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한다.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은 "우울증 부적응 등으로 힘들어 할 때 어떻게든 극복하고 넘어설 수 있는 힘이 의외로 부족한 학생이 적지 않다"며 "실패의 경험이 적을수록 면역력이 약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이스트 신입생 정원은 970명으로, 이들 중 65%가 매년 과학고 영재고 출신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초ㆍ중ㆍ고교를 거치며 천재, 영재로 평가 받던 학생들이 카이스트에 들어와 경쟁에서 뒤쳐지는 경험을 견디지 못하거나 스트레스에 쉽게 지칠 수 있다는 것.
이들은 성취욕이 큰 것도 특징이다. 카이스트의 한 보직교수는 "사람들이 공부를 잘하니 천재라고 말을 하지만, 사실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영재나 천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남들보다 잘해야겠다는 성취욕이 크고 욕구도 강하니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이들 사이에 경쟁을 붙여놓으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당연한데 이를 극복할 능력과 (문제를 풀어줄) 창구를 학교가 만들어주느냐 아니냐가 결과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원장은 "장기적으로 이들 학생을 다독일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되,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은 교수와 학생 관계 회복과 자살예방 교육을 하루 빨리 실시해 베르테르 효과(모방자살)의 확산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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