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중소기업 중앙회장 인터뷰]"협력사도 납품단가 낮춰 대기업 초과이익에 한몫 적정 이윤 보장해줘야""中企글로벌지원센터 내년 6월 완공되면 강소기업 육성 메카로"
"아무리 동반성장을 한다고 하지만, 대기업에 제값 달라고 큰 소리 칠 수 있는 중소기업이 몇 곳이나 되겠습니까."
최근 논란이 된 대ㆍ중소기업간 '최고이익공유제'에 대한 견해를 묻자, 조근조근 이어지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진다. "대기업이 초과이익을 낸 데는 납품단가를 낮춘 중소기업도 기여한 게 아닙니까. 중소기업에게도 반드시 적정 이윤을 보장해 줘야 합니다."
김기문 중소기업 중앙회장이 지난 2월 임기 4년의 회장에 재선임됐다. 4년 전인 2007년 300만 중소기업인을 위해 "할 일은 하고, 할 말도 하겠다"는 취임 일성을 던진 뒤 그 동안 현장에서 발로 뛰며 중기의 어려움을 거침없이 대변해온 그의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실제로 김 회장은 정부 각 부처는 물론 대기업들과 무려 123차례의 간담회를 갖고 중소기업의애로사항을 적극 전달했다. 또 지난해 소상공인을 위한 유통법ㆍ상생법 개정에서 보듯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정부정책에 반영되도록 애썼다.
여전히 미흡하지만, 동반성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기본 틀이 하나씩 잡혀가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는 데는 김 회장의 노력과 역할이 적지 않았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세계로 뛰는 중소기업,'사랑 나눔'을 통해 이웃과 더불어 커가는 중소기업을 모토로 중기 중앙회의 제2 도약을 모색 중인 그를 최근 서울 여의도 중기회관에서 만나 앞으로 계획과 포부를 들어 봤다.
_그 동안 이해 당사자이면서도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발언을 아껴왔는데요.
"기업자율 원칙을 전제로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이익공유제의 기본취지에는 공감합니다. 다만 소모적 논쟁으로 동반성장의 본질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사실 대기업은 협력사 비용절감이라는 명목으로, 또 입찰이라는 방식으로 납품단가를 깎습니다. 마지막에는 전년도 재무제표를 가 오라고 해서 영업이익을 들어 단가를 또 깎아요. 최소한의 이윤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중기로서는 새로운 설비 투자도, 신기술 개발도 어려워지는 이중고를 겪고있습니다."
_하지만 현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으로 사정이 좀 달라지지 않았나요.
"그 동안 대기업도 많이 변한 것이 사실입니다. 덕분에 우리 중기업계도 그 동안 요구해온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도 얻어냈고, 동반성장위원회 출범 등 굵직한 과제들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실제로 납품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저한테 찾아와 (대기업이) 진짜 너무 한다고 하소연 합니다. 그런데 그런 얘길 회의에 나가서 하라면 (불이익을 당할까 봐) 다 도망가죠. 여전히 얼굴 없는 항의를 하고 있는 겁니다."
_2년전 청와대 대ㆍ중소기업 간담회에서 "대기업이 두부 콩나물 산업까지 진출하는 건 너무 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적합업종 선정 등을 통해 중소기업 보호가 꼭 필요한가요.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일자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지난 5년간 대기업의 일자리는 줄었고, 어찌됐든 중소기업의 일자리는 늘었잖아요. 요즘은 대기업이 자기 얼굴을 가리고 운영하는 식당들도 많다고들 해요. 서민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이런 식으로 가면 중소기업 생태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고 결국 일자리도 줄게 됩니다."
_현재 대기업과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소통입니다. 서로의 입장을 알고 있지만 의사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부분부터 개선해 나갈 생각입니다."
_중기도 이제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고 보는데요.
"그렇습니다. 중기도 대기업이나 정부 쪽에 일방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하는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제 임기 동안 업종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 실천할 생각입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스몰자이언츠)을 적극 육성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중기가 대기업에 비해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교육입니다.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고, 직원들도 입사 이후에 재대로 된 교육을 못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내년 6월 서울 상암동에 완공되는 중기 글로벌지원센터를 중기의 인재 양성의 메카로 만들 생각입니다."
_요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중기도 사회적 공헌에도 적극 참여할 때가 됐습니다. 십시일반으로라도 이웃과 사랑을 함께하는 나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앞장서 적극 실천할 나갈 생각입니다. 그래야 국민들도 중기의 필요성을 더 느끼고 정부의 중기정책도 올바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김기문 중기 중앙회장은
1988년 국내 고유 브랜드로 시계 회사 로만손을 창업, 10년 만에 시계 명가로 키워냈다. 매사에 정열적이고 아이디어가 많다.
2007년 처음 중기 중앙회장을 맡아 1사1인 고용운동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앞장섰다. 2009년엔 중기업계 요구사항이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정부당국 및 관련 업계와 끈질긴 협의를 통해 관철해 냈다. 지난해 대형유통점에 의한 골목상권 및 소상공인 피해를 막는 유통산업발전법 및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의 국회 통과에도 큰 힘을 보탰다.
▦55세 ▦충북 괴산 출생 ▦충북대 명예 경제학 박사 ▦대통령자문 통일고문회의 고문 ▦국가 경쟁력 강화위원회 위원 ▦국세행정위원회 위원장 ▦제23ㆍ24대(현) 중기 중앙회장
대담=박진용차장 hub@hk.co.kr
정리=이동현기자 na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