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묘미는 이변이다.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에서도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는 삼성화재가 3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0~11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해결사 가빈(46점)의 활약을 앞세워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에 3-1(22-25 29-27 25-14 25-18)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삼성화재는 원정에서 귀중한 승리를 따내면서 4시즌 연속이자 통산 5번째 정상 등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에반(26점)의 공격이 폭발하면서 1세트를 가져갔지만 2세트 24-23에서 가빈의 블로킹으로 듀스를 허용한 뒤 결국 27-29로 역전을 허용하며 땅을 쳤다. 두 팀은 4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펼친다.
▲박철우 잃었지만 투지를 얻었다
삼성화재는 주포 박철우가 손 부상으로 빠지면서 전력이 약해졌다. 경기 전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도 “저쪽은 신영수, 장광균이 백업이고 우리는 신으뜸, 김정훈이 선발”이라고 전력차를 인정했다.
하지만 박철우가 빠진 것이 약이 됐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박철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 발 더 뛰었다. 박철우를 대신해 선발로 나선 신으뜸은 알토란 같은 9점을 올리면서 제 역할을 다했다. 프로 2년차인 신으뜸은 “모든 세트를 뛰기는 이번이 세 번째인 것 같다. 3일 전부터 고희진 선배가 ‘난 할 수 있다’는 말을 노트에 쓰라고 해서 썼는데, 그게 효과를 본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신 감독은 “경기는 정신력으로 하는 것이다. 박철우가 뛰지 못하면서 선수들이 더 단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신치용의 지략
신 감독은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스타일.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3세트 5-4에서 고희진이 신영수의 공격을 잡아내자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동작을 했다. 고희진과 주먹을 부딪치는 ‘오버’를 했다.
방심은 곧 패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신 감독은 3세트 22-10으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2점을 추격하자 지체 없이 작전 타임을 불렀다. 상대 감독의 김 빼기 작전에 맥이 풀린 대한항공은 이후 역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신 감독은 “작전으로 이긴다는 것은 웃기는 얘기다. 승리는 운칠기삼이다. 우승을 떠나 배구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며 자세를 더욱 낮췄다.
한편 이어 열린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는 현대건설이 45점을 합작한 양효진(24점)과 황연주(21)의 활약에 힘입어 흥국생명을 3-2(21-25 12-25 25-18 26-24 15-11)로 제압하고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섰다.
인천=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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