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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남북관계, 시간은 우리 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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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남북관계, 시간은 우리 편일까

입력
2011.04.0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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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기가 쉽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1일 특별기자회견에서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없는 태도를 질타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등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남북관계의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회담에 집착하진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지난 주 한중 외무장관 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도 베이징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의 ‘간교한’ 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김 장관은“북한과 대화가 열린다면 전진을 전제로 한 만남이 돼야지, 그냥 만나 사진만 찍고 헤어지는 것은 유용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리비아 사태로 여건 나빠져

김 장관은 6자회담 재개에도 회의적 입장을 보이며 “북한이 아직도 남한을 진정한 대화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이득 되는 것만 남한에서 취하려 하고, 군사ㆍ핵 문제는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는 북한을 돕겠다는 진정한 뜻이 있는데 북한은 모든 걸 정략적으로 접근한다”며 “남북 대화에서 진정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북한의 화폐개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북한이 화폐개혁을 통해 시장기능을 차단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는 것이다. 북한에도 시장에 의존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시장도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아 앞으로도 시장기능을 강제로 억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북한이 변화하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과연 그럴까.

남북의 최대 현안인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은 남북관계가 파행을 겪은 기간에는 물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시간이 꼭 우리 편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북한은 이미 두 차례 플루토늄 핵무기 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를 겪고도 경수로 가동을 명분으로 UEP를 강행하고 있다.

특히 리비아 사태로 인해 북한이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으리란 사실이 더 명확해졌다고 중국 전문가들도 우려한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뤼차오(呂超) 교수는“리비아가 핵을 포기한 이후 공습을 당하는 상황을 북한이 큰 충격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한반도 비핵화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정성에 집착할 때 지나

아마 북한은 2년도 채 남지 않은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오히려 남한을 진정한 대화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핵무장 가속화와 함께 김정은 후계체제를 다져가면서 남한의 차기 정부와 새로운 대화를 구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시간을 활용하는 북한의 방식은 이렇게 우리와 다르다.

'진정성’ 이란 일단 서로 만나 얘기를 나누고, 그렇게 해서 속마음을 열 때 비로소 형성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진정성을 전제로 한 만남이라면야 더 바랄 게 없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라면 거꾸로 만남을 통해 진정성을 만들어가는 방안을 택할 수도 있다. 그게 시간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다. 진정성 결여를 이유로 북한과의 만남을 무조건 피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북한의 막가파식 행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끌려 다니기만 한 지난 3년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장학만 베이징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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