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일본 관방장관은 4일 저농도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할 경우 예상되는 인근 국가의 항의 등 외교적 마찰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심지어 유관기관장인 가노 미치히코(鹿野道彦) 농림수산장관에게조차 보고하지 않았다. 당초 5일부터 예정된 오염수 배출작업도 4일 저녁부터 시작돼, 5일까지 목표량의 절반이 넘은 6,000톤 가량을 바다에 쏟아 부었다. 이 작업은 앞으로 3~4일간 계속된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본 정부가 저농도 오염수 배출을 서두른 이유에 대해 고농도 오염수 유출이 심각해져 당초 4호기 터빈실로 저농도 오염수를 옮기려 했던 작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5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집중폐기물처리시설에 담긴 저농도 오염수 1만톤을 4호기 터빈실로 이송하는 작업을 2일부터 시작, 하루에 1,000톤 가량을 옮기는 중이었다. 하지만 4일 인접 3호기 터빈실 밖에 있는 제방의 수위가 15㎝ 올라가고, 2호기에서 바다로 유출되는 고농도 오염수가 늘어났다. 이에 고농도 오염수를 담아둘 저장소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저농도 오염수 보관을 포기하게 됐다는 것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이번에 바다로 방출하는 저농도 오염수 1만1,500톤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을 모두 합해도 제1원전 2호기 터빈실에 고인 고농도 오염수 9리터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저농도 오염수에 포함된 요오드 131의 평균 농도는 1리터당 6.3~20베크렐(Bq)이지만, 2호기 터빈실 물웅덩이 고인 오염수의 표면은 1,900만Bq에 달한다. 고농도 오염수의 환경오염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2호기에서 유출되고 있는 고농도 오염수의 바다유입을 막기 위한 작업은 계속 난항을 겪고 있다. 도쿄전력은 2호기 취수구 앞바다 수심 5~6m에 커튼식 펜스를 설치, 오염수의 흐름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오염 확산을 더디게 할 뿐, 근본적 대책은 아니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도쿄전력은 또 오염수가 빠져나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전력케이블 보관시설 아래쪽 균열에 특수약물(고화제)를 투입해 막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고농도 오염수를 옮기는 작업도 더디다. 도쿄전력은 오염수 중 일부는 복수기 등에, 나머지는 일종의 인공섬에 해당하는 대형부유식구조물(메가플로트) 및 가설탱크 등으로 옮겨 담는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오염수의 바다유출을 막는데 집중하느라 순위가 밀린 상태다.
도쿄=한창만 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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