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특별기자회견에서 대선공약인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나라 살림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경제적 타당성이 결여된 사업이 국가와 지역에 지울 부담, 다음 정부와 미래세대가 떠안을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국민과 해당 지역에 이해를 구했다.
우리는 이 대통령이 후보 때의 공약을 지키는 게 "도리이고 매우 중요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국익에 반하면 계획을 변경하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한 대목에 공감한다. 후보 때의 관점과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인식이 다르다면 당연히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인식에 따라야 한다. 신공항 입지 선정에 대한 최종 평가결과를 보더라도 다른 선택이 있기 어렵다. 그러나 충분한 검토 없이 지역주민의 환심을 사려는 공약을 내건 행위 자체에 대한 깊은 반성이 없으면 공약을 못 지킨 것에 대한 사과는 공허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어제 회견은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이유만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을 뿐 표를 얻기 위한 무책임한 공약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얘기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넘어가면'대통령의 공약 파기는 무죄'라는 관례가 굳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치판은 물론 정치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도 당선 뒤 중요 공약을 뒤집는 일이 드물지 않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식의 정치를 계속할 수는 없다. 이 대통령은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내건 행위에 통절하게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무책임한 공약으로 표를 얻으려는 풍토에 경종을 울렸어야 했다.
여야 정치권도 동남권 신공항 공약파기 사태를 입맛에 맞는 정략의 소재로 삼을 일이 아니라 무책임한 공약 정치를 경계하는 교훈으로 새겨야 마땅하다. 값비싼 대가를 치른 뒤 결론이 났는데도 또다시 허망한 기대를 부풀리려는 시도 역시 그만둬야 한다. 대선만이 아니고 총선, 지자체 선거에서 타당성과 현실성이 없는데도 공약을 남발했다가 지키지 못하거나 억지로 강행해 국가와 지자체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안긴 행태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그런 어리석은 공약(空約) 정치를 지양하고 책임 있는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각성도 필요하다. 지역에 유리한 약속을 한다고 무조건 박수치고 표를 몰아줘서는 안 된다. 거짓 공약으로 표를 얻으려는 후보를 냉정하게 가려내야 지역과 국가의 진정한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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