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 전 청장 귀국 40일째인 4일 그를 둘러싼 의혹은 2년 전보다 더욱 커진 형국이기 때문이다. 수사를 확대할 경우 발생할 정치적 부담과 수사 확대 없이 종결할 경우 생길 여론의 역풍을 두고 검찰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
2009년 3월 시민단체의 고발로 시작된 한 전 청장 사건을 두고 검찰 주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검찰 수뇌부에서는 지난 3일 장모상을 당한 한 전 청장을 추가 소환하지 않고 장례식 기간 동안 법리 검토를 끝낸 뒤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하기로 결정, 이를 재차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로비와 기업체로부터 받은 자문료 일부 중 추가 수사 없이도 어느 정도 혐의가 입증된 부분만 공소사실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건이 지나치게 오래됐고, 수사 확대 없이 신속하게 끝내야 정치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고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오래 가지고 있어봐야 불필요한 오해만 커지고, 피의자 인권도 수사에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이 경우 '면피성 기소'로 끝나게 돼 또 한번 검찰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될 수 있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이미 지난해 '그랜저 검사' 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으로 대국민 신뢰도가 추락한 검찰 입장에서 또 한번 봐주기 논란이 이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세청 간부들이 개입해 자문료를 모집했다는 의혹, 주류업체로부터 면허 재발급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 등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도리어 한 전 청장 처리가 검찰의 존재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수부 출신의 한 검사는 "한 전 청장이 고발된 것은 2년 전이었지만 수사의 시작은 그가 귀국한 뒤인 3월 초였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시간싸움이라기보다 진상 규명에 수사의 방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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