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법적 권한 없는 노조전임자에게는 월급을 줄 수 없다.", "타임오프는 노조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총력투쟁에 나서겠다."
단일 사업장으론 국내 최대인 현대자동차 노사가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시행을 놓고 한판 힘겨루기를 벌일 태세여서 산업ㆍ노동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 내부적으론 올해 임단협과 복수노조 허용, 지부장 선거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두고 노사 모두 기선 제압을 위해 강수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밖으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상급단체가 타임오프제 폐지를 요구하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이 문제가 올해 춘투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노조는 4일 사측이 그간 유급으로 인정했던 노조전임자 233명 전원에게 1일자로 무급휴직 발령(본보 4일자 2면)을 낸 것에 대해 "올해 노사관계는 24년 노조역사상 가장 힘겨운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7월 타임오프가 처음 도입됐을 때만해도 아무 탈이 없었던 이 회사 노사가 뒤늦게 갈등을 빚는 것은 기존 노조전임자를 인정하는 단체협상 효력이 지난 3월 말로 끝났기 때문이다.
노사는 지난달 22일부터 두 차례 특별협의회를 통해 이 문제를 다뤘지만 모두 성과 없이 끝났다. 사측은 "24명 외에는 월급을 줄 수 없다"고 못을 박은 반면, 노조는 "타임오프는 노조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맞서다 자리를 떴다.
그 동안 여유 있게 살림을 꾸려왔던 노조 입장에선 타임오프는 끔찍한 변화다. 현재 현대차 노조의 전임자 수는 무려 233명이다. 단협 상으론 90명 수준이지만 상급단체 파견인력과 사업부 대표, 교육ㆍ감사위원 등까지 회사 측이 월급을 줘왔다. 지난해의 경우 전임자 1명당 연간 8,000만원 수준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타임오프가 시행되면 현재의 10분의 1 수준인 24명만 유급 전임자로 인정을 받게 된다.
회사 측은 "타임오프 시행 문제는 노동법 규정을 따르냐 마냐의 문제로 협상 여지가 없으며, 따르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이 따를 뿐"이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사측은 최근 새 근태관리지침이라는 공문을 통해 현장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는 노사관계 파국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대 결단을 내리겠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노사간 타임오프 협의가 시작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올해 임단협과 연계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합법적인 틀에서 '투쟁'하겠다는 의미로, 실제 파업이 진행된다면 사측으로선 큰 부담이다.
지난해 기아차 노조처럼 쟁의행위발생을 결의하는 등 파업수순을 밟을 수도, 실제 특근이나 잔업거부 형식의 파업을 전개할 수도 있다.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상급단체의 대정부 투쟁과 연대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노조로서도 부담이 적지 않다. 중도ㆍ합리노선을 표방한 이경훈 집행부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무쟁의로 임단협을 타결, 모처럼 '노사상생'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올해 3년 연속 무쟁의 타결 기대가 적지 않고 9월 새 집행부 선거 일정까지 잡혀있다. 특히 7월 말 여름휴가 전 임단협을 끝내는 관례상 협상시한도 많지 않다.
지역 노동전문가들은 "타임오프 협의가 크게 삐걱거릴 경우 다음달 본격화할 올해 임단협에 영향을 미쳐 3년 연속 무쟁의 타결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계열사인 기아차 노사가 지난해 어렵사리 협의를 매듭지은 만큼 현대차도 결국 접점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울산=목상균 기자 sgm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