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이 모씨는 지난해 8월 아이폰3Gs를 반값에 샀다. 아이폰 4 출시를 앞두고 통신사에서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는 아이패드2 대신 저렴한 값에 아이패드1을 구매할 계획이다. 그는"매년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 탓에 구형이 자꾸 늘고 있다"며 "차라리 알뜰한 소비를 위해 구형을 사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말했다.
# 직장인 김 모 씨는 최근 음성 인식 내비게이션을 새로 장만했다. 출시 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제품이지만 쏟아지는 최신 제품과 비교하면 가격이 저렴하고 기능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목적지 찾기 외에 영화와 지상파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도 말로 켜고 끌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
무조건 새 제품보다 출시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한 제품을 구입해 실속을 챙기는 슬로 어댑터가 늘고 있다. 이들은 최신 제품을 남보다 먼저 사용하려는 얼리 어댑터보다 오히려 경제적 이익을 더 많이 얻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슬로 어답터가 반갑다. 신상품 출시를 앞두고 자칫 애물단지가 될 수 있는 기존 제품의 재고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KT는 지난해 6월부터 7월 말까지 아이폰3Gs'반값 할인'행사를 했다. 이 기간에 12만 대의 아이폰 3Gs가 판매됐고, 16기가와 32기가 제품은 물량이 없어서 팔지 못했다. 신제품 아이폰 4 출시가 임박했던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판매량은 기대 이상이다.
올림푸스도 신제품 못지 않게 기존 제품 판매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지난해 말 디지털카메라 E-P2 판매 촉진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E-P2가 출시 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전문가급 성능을 지닌 제품이다. 행사 기간 구매자들에게는 15만원 상당의 전용 가방과 추가 렌즈,메모리 카드 등이 덤으로 제공됐다.
슬로어답터가 혜택을 보는 것은 가격 할인만이 아니다. 불안정했던 신기술의 완성도도 시간이 지나면서 높아진다.
파인 디지털은 지난해 10월에 내놓은 내비게이션 '파인 드라이브 issue 3D'의 음성 인식 기능을 2배로 향상 시켰다. 기능향상 제품은 음성 인식 단어 숫자가 100만 개에 이른다. 목소리 명령을 인식하는 정확도도 초기 90%에서 97%까지 올라갔다. 소비자는 게으른 소비로 불안정한'신형'보다 검증된 '구형'을 살 수 있는 셈이다. 파인 디지털 관계자는"현재 음성 내비게이션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었다"며 "음성 인식 기술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뒤늦게 구매하는 소비자가 부쩍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희선 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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