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위르겐 슈미더 지음·장혜경 옮김/웅진지식하우스·367쪽·1만4,000원
“어떤 일이 있어도 정직하기! 언제라도! 예절도 따지지 않고 외교도 생각하지 않고 미화하지도 않고, 뇌와 입 사이의 필터를 없애기! 어떤 상황에서도 극단적으로 솔직하기.”
독일의 한 일간지 기자인 저자는 어느 날 이렇게 결심한다. 사순절 기간 40일 동안 금식 대신 어떤 거짓말도 하지 않고 살아 보겠노라고, 줄줄이 느낌표를 찍어 가며 결연하게. 저자는 그렇게 지내며 겪은 40일간의 에피소드를 당시의 생각과 함께 이 책에서 전한다.
“나는 기자다.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거짓말쟁이다. 기자라는 직업은 오묘하다. 사회의 거짓을 파헤치고 진실을 알려야 할 의무도 있지만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기사를 위해 이런저런 사실들에 화려한 포장지를 두르는 사람이기도 하다. ‘사실’을 전한다는 핑계로 ‘사실’ 만날 ‘뻥’만 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는 정직이 최고의 가치라는 배움을 배반하는 일상의 보편적 거짓말, 그리고 거짓말 없이는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거짓말 예찬론이 팽배한 사회에서 과연 어떤 것이 옳은지 체험을 통해 답을 구하고자 했던 것 같다. 책에 소개된 그 과정은 파란의 연속이다. 실수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철도청 직원에게 마음이 시키는 대로 욕을 내뱉고, 술을 사 달라는 10대 청소년의 부탁을 거절했다가 욕을 먹고, 친한 친구의 비밀을 폭로해 우정을 위태롭게 하고, 부인에게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아 소파로 쫓겨나고, 솔직하게 세금신고를 했다가 환급은커녕 1,700유로나 추징당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좌절하기도 한다. “결국 거짓말은 사회의 윤활유이며 필요악이라고 결론 내고 그만 끝내고 싶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정직의 힘이 드러난다. 정직은 도박판에서 최고의 포커페이스이며, 가족에게 그동안 속에 담아 뒀던 말을 쏟아 낸 뒤에야 진정한 가족애를 나눌 수 있더라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친구들과의 교류에서도, 그리고 ‘자뻑’에 젖어 늘 과대평가해 왔던 스스로에 대해서도 그는 진실의 힘을 경험한다.
이 책을 쓸 즈음의 그는 예전의 ‘거짓말쟁이’로 돌아간 뒤다. 시간당 12.5회, 4.8분에 한번 꼴씩 거짓말한다는 보통 사람으로. 하지만 달라진 것도 있다. 그것을 그는 이렇게 썼다. “거짓이 사회의 윤활유가 될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좋은 윤활유도 엔진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사회의 엔진은 바로 정직과 솔직이다”라고.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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