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는 학습 과정에 주안… 스펙 결과물은 당락에 영향 없어"
현 정부는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는 것이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억제의 근본적 치유책이라고 판단해 그 비중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부족과 자기소개서ㆍ학생부에 대한 신뢰성 결여 등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서울대의 입학사정관제 선발을 9년간 주도해온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교수에게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물었다.
-입학사정관제가 찾는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 학생이란.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학생은 첫째, 현재의 학력이 뛰어나거나, 둘째, 새로운 영역에 대한 학습 능력을 갖추었거나, 셋째, 위험을 감수하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학생이다. 입학사정관제는 현재 학력 외에 다른 두 가지 자질을 갖춘 학생을 찾아내려 한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부모가 치르는 입시'라는 인식이 강하다. 즉, 수상경력이나 봉사시간 등 소위 스펙을 학부모가 일찍부터 챙겨줘야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입학사정관제는 결과만이 아니라 동기와 과정을 같이 고려한다. 스펙이라는 결과물이 합격ㆍ불합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어떤 대회 수상이나 봉사 활동이 왜곡되어 진행된다는 것을 대학도 알고 있다."
-과거라면 불합격했을 학생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합격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몇 년 전 인문대학에 합격한 한 학생은 교과 성적이 타 지원자에 비해서는 매우 낮았으나 철학에 관심이 뚜렷했고, 이를 위해 스스로 다방면의 독서를 했다는 것을 입학사정관들이 확인했다. 또 면접 과정에서도 학생의 인문학적 소양과 학업능력이 입증돼 합격했다. 이 학생은 현재 대학에서 매우 우수한 학업 성취도를 보이고 있다."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게 되는 정보는 무엇인가. 반대로 기재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는 어떤 것인가.
"입학사정관들은 학생의 입장에서 학생의 고등학교 생활을 유추하려 노력한다. 따라서 어떤 꿈을 가지고 학교 생활을 했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내가 무엇을 했다'는 정보보다는 '왜 하게 되었고 어떻게 준비하였나' 라는 정보가 중요하다. 학교 외부 경시대회 등에 지나치게 많이 참가하는 것은 동기와 과정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 학교 밖에서 평가 받기보다는 학교 내에서 어떻게 공부하였는지를 보여주는데 더 관심을 갖기 바란다."
-작성된 학생부에 대한 신뢰도 검증 장치가 있나. 예를 들어 누적 데이터베이스 활용이나 상습적 오기나 과대포장 학교 및 교사 리스트라든지.
"학생부 중 객관적 기록은 일부 교외활동을 제외하고 별도로 검증하지 않는다. 다만 학교 내 활동의 성과에 대해 축적된 과거 자료와 비교하여 확인하기도 한다. 매년 같은 문구가 발견되거나 학생이 읽지 않은 책을 교사가 임의로 기록하는 경우 등의 사례들이 대표적 예다. 현재까지는 고등학교와 교사에게 공식적으로 통보하고 있지는 않지만, 조만간 대학이 고등학교에 개선을 위한 협조를 요청할 수도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아직 도입 초기여서 문제점이 적지 않지만 교육정상화와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는 획기적 제도인 만큼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이 함께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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