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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아 치료제 주사 한방에 70만원, 보험도 안 되고… 고아원서도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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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아 치료제 주사 한방에 70만원, 보험도 안 되고… 고아원서도 거부"

입력
2011.03.3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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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를 살리자] 키우고 싶어도 못키운다병원비 수천만원… 지원금 나와도 턱없이 부족"하루에도 몇번씩 아이와 함께 죽고 싶은 심정"

북한 이탈 주민 김미화(38ㆍ가명)씨는 2009년 12월 쌍둥이 형제를 출산했다. 임신성 당뇨를 앓다 30주 만에 조산한 탓인지 쌍둥이 모두 심각한 질병과 장애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백질연화증(산소결핍으로 인한 뇌 손상)과 뇌출혈, 간질, 미숙아망막증, 기관지폐이형성증 등 조산아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대부분을 앓고 있었다. 둘째는 무연골형성증(난장이) 진단을 받은 선천성 기형아다.

형제는 태어나자마자 6개월 넘게 신생아중환자실 신세를 졌다. 퇴원 후에도 세 차례 망막증, 폐 수술 등을 받았다. 비용만 2,500만원 넘게 들었다. 설상가상 공사장 일용직 노동자였던 남편(41ㆍ재중동포)은 쌍둥이를 돌보느라 일을 제 때 나가지 못했다. 결국 수입은 대부분 정부에서 지원하는 최저생계비(116만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고 싶지만 병원비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울먹였다.

'건강한 아이로 키워야겠다'는 조산 부모들의 바람은 대체로 경제적인 문제 앞에서 대부분 좌절하게 된다. 출생 당시부터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 하는 것은 물론 퇴원 후에도 지속적인 검사와 치료가 필요해 당장 치료비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임신중독증으로 36주 만에 아이를 출산한 양희자(37)씨. 괴사성 장염 판정을 받은 딸의 5개월동안 진료비가 5,000만원이 나왔다. 이 중 비급여가 1,419만원, 미숙아 지원금 등 정부의 지원이 있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양씨의 지적이다. 양씨는 "처음에는 일주일 병원비만 245만원이 한꺼번에 나왔다. 반면 정부 지원금으로 받은 돈은 지금까지 700만원 정도"라고 한숨을 쉬었다.

조산아들의 치료제가 고가인 점도 상당한 부담이다. 호흡곤란, 심장질환을 앓는 조산아들에게 필요한 동맥관 개존증 치료제의 경우 1회 주사비용만 70만원에 달하지만, 이는 비급여 항목으로 부모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30주 만에 조산한 최모(40)씨는 "정작 중요한 필수 치료제가 대부분 비급여 항목"이라며 "지원도 안되고 비싸다고 치료를 안 받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그나마 나오는 정부 지원금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대부분 소진된다. 지난해 5월 에드워드증후군(두 개여야 하는 18번 염색체가 세 개)을 가진 딸 아이를 출산한 이모씨(41)는 6개월동안 1,500만원의 치료비를 정부 지원금 덕에 겨우 해결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그는 "병원에선 아이가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고 하던데 돈 없는 부모 때문에 아이 죽였다 소리 들을까 봐 퇴원도 못 시키고 있죠"라고 했다. 이씨는 요즘 막막한 미래를 생각하면 아이를 낳은 게 잘한 일인지 되묻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씨의 남편은 최근 목 디스크로 장애4등급 판정을 받아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사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006년 미숙아를 출산한 박경희(37)씨는 "5개월간 치료비가 870만원이었는데 어린이보험혜택을 받아보고자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미숙아라는 이유로 번번이 계약이 해지됐다"고 말했다.

퇴원 이후 부모가 모든 걸 알아서 아이의 발달 상황을 체크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박씨는 "미숙아들은 딱히 병명이 나오는 게 아니다. 안과 정형외과 내분비외과 등 매일매일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심정으로 병원을 돌아다니고, 언어치료 등은 보험이 안 되는데다 시설이 부족해 사설기관을 찾아 다녀 이사까지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박씨는 5년간의 정성 어린 보살핌 끝에 "아들을 정상아로 건강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상황에서 둘째 가질 생각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쌍둥이 엄마 김미화씨는 양육이 버거워 최근 고아원 문을 두드렸다 장애아라는 이유로 거부당하고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한 편으로는 서글픔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감기 걸린 둘째가 울면서 자꾸 보채니까 남편이 식초를 눈에다가 들이 부었지 뭐에요. 코를 뻥 뚫어주려고 했다는데 아이한테 그냥 화풀이한 거죠. 이제 정말 사는 게 지겨워요.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 데리고 그냥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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