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무사 쿠사(59ㆍ사진) 외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영국으로 망명, 카다피 정권에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해외정보국(MI6)이 이미 리비아에서 각종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런 움직임이 반 카다피 시민군에 대한 무기지원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카다피 이너서클 동요하나
31일 영국 일간 인디펜턴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외무부는 쿠사 장관이 자국으로 망명했다고 밝혔다. 리비아와 서방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온 그는 리비아에서 카다피 일가를 제외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로 꼽힌다. 카다피에는 심각한 타격을, 반 카다피 시민군에게는 크게 사기를 북돋아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알리 에리시 전 리비아 이민장관은 프랑스24 TV에 출연, “카다피 정권 퇴진이 임박했음을 의미하며 다른 사람들의 망명도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쿠사 장관은 특히 카다피의 전략 등에 관한 정보를 서방에 전해줄 가능성도 높다. 리비아 정부는 그의 망명 소식을 부인했다가 “쿠사가 병가를 요청해 튀니지에서 치료토록 했다”며 망명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쿠사의 망명은 연합군이 정권 주요 인사들에 대해 사임하지 않으면 전범으로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될 것이라고 위협한 결과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그러나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쿠사 장관이 기소 면제 제안을 받고 망명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리비아에서는 2월에도 무스타파 알델 잘릴 전 법무장관과 아부델 파타흐 유네스 전 내무장관이 카다피에게 등을 돌린 바 있다.
CIA, M16 리비아서 활동중, 무기지원 관심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반 카다피 시민군을 돕기 위한 비밀명령에 서명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프레지덴셜 파인딩’(presidential finding)으로 불리는 이 지령은 주로 CIA 비밀작전을 인가할 때 활용되는 방식이다. 2~3주전 서명된 것으로 전해져 시민군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시민군 무장을 지원키로 결정할 경우 CIA가 중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21일 리비아 군사작전 중 추락한 F-15 전투기 조종사 2명중 1명에 대한 구조작업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도 소규모 CIA요원들이 공습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시민군과 접촉하기 위해 수주간 리비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연합군 군사지휘권을 넘겨 받은 뒤 “리비아로 무기가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게 무기금수의 목적”이라고 밝혀, 시민군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리비아군과 시민군 모두 2주간의 격렬한 전투로 인해 무기와 탄약이 부족한 상태여서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한편 카다피군은 31일 브레가를 시민군으로부터 탈환한 뒤 아즈다비야까지 진격, 양측간 교전이 이어졌다. 아즈다비야까지 카다피군의 손에 넘어가면 전황은 연합군의 공습 이전으로 돌아가는 셈이 된다. 무사 이브라함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이날 “카다피와 그의 아들들은 최후까지 자국 안에 머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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