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밀양과 가덕도 두 곳 모두를 신공항 후보에서 탈락시킨 근거는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08년 정부가 '광역경제권 30대 선도 프로젝트'로 내세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내역을 살펴보면, 국책사업 실시 여부는 경제성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동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된 것과 달리, 이보다 경제성이 더 낮게 평가 받은 사업 가운데 상당수는 정상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 사업이 2009년 시작된 호남고속철도. 전남 목포에서 충북 오송까지 230.9㎞를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이 사업의 규모는 총 11조2,720억원이다. 동남권 신공항(10조원 내외)보다 사업비가 더 들지만,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은 0.39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남권 신공항의 B/C는 0.70~0.73으로 이보다 높았다. 연내 착공이 예정된 새만금 신항사업 역시 B/C 평가에서 0.55~0.67을 얻었다. 두 사업 모두 경제성보다는 '지역 균형개발'이라는 차원에서는 정책적 배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을 통과하는 고속도로 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주-영덕 고속도로(사업비 3조 2,007억원)는 B/C가 0.49인데도 2009년 12월 착공됐고, 포항-삼척 고속도로(7조 2,388억원)는 B/C가 0.2~0.34이지만 백지화는커녕 올해 예산에 20억원이 기본 설계비로 반영됐다.
이와 달리 경제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사업이 취소ㆍ보류된 경우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정(미래희망연대) 의원이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현댐 사업은 B/C가 1.24였지만 사업이 취소됐고,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서편 연장 사업은 B/C에서 1.13을 얻었지만 무산됐다.
물론 B/C가 국책사업을 결정하는 최우선 잣대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강원이나 호남, 경북 북부, 경남 서부 등 인구(수요)가 적은 곳에서는 편익(B)을 높이기 어려워, 경제성만으로 평가하면 절대 국책사업을 유치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처럼 어떤 경우엔 경제성 잣대를 사용하다가 다른 사업 평가에선 지역균형 개발 등 비경제적 가치를 중시하는 등 국책사업 결정 기준이 오락가락 하면, 사업을 유치하지 못한 지역에서는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합격 기준이 그때그때 다르니 불복과 불신을 피하기 어렵고, 유치에 실패한 해당 지역 국회의원에게는 무능하다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이승창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SOC 사업에 대한 조정ㆍ감시 기능을 일관성 있게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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