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관 위기에 놓였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소극장인 '삼일로 창고극장'(사진)이 태광그룹의 지원으로 기사회생하게 됐다. 태광은 31일 창고극장에 모두 2억7,000만원 상당의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태광은 창고극장의 위법건축물 이행강제금 체납액 5,000만원과 2013년10월까지의 임대비용 1억5,5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극장 시설 개보수, 기자재 보완 등 6,500만원 상당의 비용이 소요되는 보수 작업을 재능기부 형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1975년 설립된 창고극장은 등 한국 연극사를 대표할 만한 작품들이 공연되면서 70,8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연극의 중심이 명동에서 대학로로 이동하고, 관객들이 계속 줄면서 창고극장은 유지가 어려워졌다.
설상가상으로 2004년에는 건물 2층에 약간의 보수공사를 했다가 건축법 위반 판정을 받고 건축 이행강제금까지 부과받았다. 당초 800만원이었던 이행강제금은 돈이 없어 납부를 하지 못하는 사이에 5,0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났다. 사정을 안타깝게 여겨 십시일반으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지만 폐관을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태광이 단비와도 같은 지원을 하면서 창고극장은 극적으로 회생하게 됐다. 태광측은 한달 정도의 개보수 작업을 거쳐 5월말이면 재개관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태광 관계자는 "우리나라 연극계의 '살아있는 역사'인 창고극장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고극장의 정대경 대표는 "순수예술에 대한 태광의 애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후원 제의를 선뜻 받아들였다"며 "상업극장에서는 하지 못하는 작품들을 올려 연극인들이 도전정신과 의욕만 있으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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