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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대 보험 사기, 신불자에 보험 들어주고 멀쩡한 무릎까지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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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대 보험 사기, 신불자에 보험 들어주고 멀쩡한 무릎까지 수술

입력
2011.03.3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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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나 사채 채무자 등을 모집해 보험을 대신 들어주고 멀쩡한 무릎을 수술 받게 한 뒤 60억원대의 보험금을 타낸 브로커 등 신종 보험사기단 9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보험사기 수법은 최근 몇 년 사이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전남 순천지역에 급속히 퍼져 순천의 경우 지난해 질병보험 손해율 전국 1위라는 불명예까지 쓴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 8월 경기 김포에서 보험가입 고객용 선물을 판매하던 노모(50)씨는 남편이 다리를 다쳐 입원 중인 병원에서 우연히 알게 된 간병인의 남편 왕모(40)씨에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험을 대신 들어주고 무릎수술을 받게 해 보험금을 타내자”고 제안했다.

당시 노씨는 무릎 통증 환자들이 손쉽게 관절경 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받는 데 착안, 신용불량자 등 경제적 빈곤층에게 보험료 대납 조건으로 보험에 가입시켜주고 무릎수술을 받게 한 뒤 지급받은 보험금의 일부를 사례비로 챙기는 보험사기 매뉴얼을 만들었다.

노씨는 이를 위해 보험설계사들과 짜고 특약사항을 뺀 월 보험료 3만~5만원대의 무릎수술 전용 보험상품을 따로 설계했다. 특히 신용불량자인 보험가입자들에게는 보험금 압류를 피하기 위해 금융재산 압류 설정이 덜한 우체국에 보험금 지급 통장을 개설하게 했다.

이후 왕씨를 통해 신용불량자와 채무자 등을 집중 공략, 11명을 사기행각에 끌어들였다. 보험사기단원으로 포섭된 이들은 “빚도 갚고 한 몫 챙길 수도 있다”는 노씨의 꼬임에 넘어가 멀쩡한 다리를 수술대에 올렸다. 보통 10~22개의 보험상품에 가입한 이들이 무릎수술을 받고 챙긴 보험금은 평균 4,000만~5,000만원. 노씨는 이들에게서 사례비 명목으로 보험금의 20%와 대납해준 보험료, 입원ㆍ치료비 등을 돌려받아 모두 11억원을 챙겼다.

왕씨도 고향인 순천에서 보험브로커로 변신해 최근까지 사채 채무자 등 37명을 모집, 같은 수법으로 26억원을 가로챘다. 이 같은 사기 수법은 소문을 타고 급속히 확산됐다. 순천지역 사채업자와 도박자금 대부업자 등이 채무자의 빚을 받아내는 데 악용했고, 보험가입자들은 보험금을 노리고 재수술과 장기입원을 반복하는 행태가 끊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순천 모 종합병원 송모(57)원장은 무릎 수술을 받아서는 안 되는 60명에게 수술을 해주고 건강보험요양급여금 3억3,000만원을 부당 지급받기도 했다.

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1일 노씨 등 브로커 2명과 보험설계사 2명, 보험가입자 21명 등 모두 25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송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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