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체벌 전면금지'를 시행하려는 진보교육감들에 대해 일선학교에 공문을 내려 보내고 부교육감을 소환해 협조를 요청하는 등 간접체벌 허용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해 진보교육감들은 일선학교에서 체벌 전면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교육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달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 데 이어 구체적인 학칙 제ㆍ개정 절차를 담은 안내공문을 지난달 31일 전국 학교에 전파했다고 3일 밝혔다. 공문에 따르면 학교는 학생의 교내 생활을 규제하는 학칙을 제ㆍ개정할 때 학교생활규정 제정위원회를 구성해 학칙 개정안을 발의하고 이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정보공시의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새로 구성될 학교생활규정 제정위원회는 학생, 학부모, 교원 대표로 구성해 규정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검토하고 문헌조사, 설문조사ㆍ토론회ㆍ공청회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학칙 제ㆍ개정안을 발의하게 된다. 이 위원회는 되도록 학생, 학부모 대표가 과반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
교과부는 또 이날 전면체벌 금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서울ㆍ경기ㆍ강원ㆍ전북 등 4개 교육청의 부교육감을 교과부로 불러 간접체벌 허용을 요청했다. 이날 설동근 교과부 1차관은 부교육감들에게 '간접체벌'이란 단어는 시행령에 없는 말이니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제시한 '대체 교육벌'을 학교가 학칙으로 정하면 교육감이 인가해주도록 협조를 구해 사실상 간접체벌 허용을 압박했다. 교과부는 지난달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해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해 사실상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간접체벌을 허용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 경기 등 진보 교육감들은 체벌을 전면 금지한 '학생인권조례'가 교과부의 새 시행령에 어긋나지 않으며, 직접이든 간접이든 체벌요소가 담긴 학칙은 인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서울, 경기 등 일부 교육청은 새 학기 들어 각 일선학교의 재량활동 시간을 이용해 '체벌 전면금지'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학생과 교사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일선교사는 "지난해 11월 이후 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체벌 전면금지의 필요성을 학생들에게 교육해 왔는데, 갑자기 일부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내용의 학칙개정을 학생들에게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권유할 설득력 있는 논리를 찾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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