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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풍요사회와 위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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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풍요사회와 위험사회

입력
2011.03.31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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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福島)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방사능 물질이 대기에 누출되어 모두들 걱정이다.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낸 지진과 해일이 인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자연 재해라면, 방사능 피해는 인간이 만들어 낸 재앙이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기승을 부리던 구제역도 근본적으로는 인위적 산물이다. 값싼 에너지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경제적으로 대량의 상품을 생산하면서 인간의 삶은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로워졌지만, 우리의 생명과 안녕을 위협하는 위험도 그만큼 커졌다. 우리가 추구하는 풍요사회는 위험사회인지도 모른다.

다양한 위험에 미리 대비해야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거나, 대량으로 가축을 키우는 목축 방식을 포기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방법으로 눈부시게 진보하고 있는 과학과 기술로 인해 발생할 잠재적 위험까지 피할 수는 없다. 발생 가능한 다양한 위험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대처하는 국가적 재난관리 시스템의 구축이 적절한 정책 대응이다. 세계 각국도 재난관리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행정안전부가 재난 관리를 총괄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올해 구제역 파동을 통해 보여준 재난관리 능력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위험 발생 초기에 상황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나, 가축 매몰지에서 발생한 침출수의 미흡한 사후처리 과정을 보면, 위험을 사전에 예견하고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수습하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모습을 보면서 재난에 대한 사전 대비와 그에 따른 대처가 위험관리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원자력 발전소 운영에서 세계 최고라는 도쿄전력은 사전에 원자력 사고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효과적인 대응에 실패한 원인에 대해 다양한 설명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가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아쉽게도 사전 대비와 사후 대응을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현대사회의 위험을 모두 막을 수는 없어 보인다. 현대인들은 좀 더 편하고 풍요롭게 생활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끊임없이 문명의 이기를 만들어 내지만, 그 이면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는 소홀하기 때문이다. 소들을 빠른 시간에 자라게 하는 사료가 인간을 위협하는 광우병을 만들어 낼지, 냉장고에 사용되는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할지는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재난과 위험의 세계화 현상이 적절한 준비와 대처를 어렵게 만든다. 이번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파장은 일본뿐만 아니라 이웃하고 있는 한국과 더불어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가 홍역을 치렀던 구제역이나 신종 플루도 외국으로부터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편안한 삶 집착도 반성을

이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끊임없이 관찰하면서 적절한 준비를 해야 한다. 더불어 다양한 위험에 대한 세계적, 지역적 차원의 국제 협력과 공조 체계의 강화도 필요하다.

혜택을 누리려면 그에 따른 관리 책임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번 사고를 통해 국가적으로는 재난과 위험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한편으로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소비 패턴을 비롯해 우리의 생활 방식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우리가 지나치게 빠르고 편안한 삶에 집착하여 더 많은 위험을 가져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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