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관광부는 콘텐츠산업 금융투자협의회를 개최하고 콘텐츠산업 활성화를 위해 투자와 융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12년까지 800억 원을 출자, 민간자본과 결합하여 2,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대형 글로벌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콘텐츠 업계의 제작 역량을 강화하고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투자 대상 선별 엄격하게
국내 콘텐츠 제작업체들이 자금난에 시달려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수한 기획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기업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에 담보를 요구하는 금융권의 문턱을 넘지 못해 그냥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2009년에 도입된 ‘완성 보증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 17건의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가 이루어졌다.
이번에 새로 나온 방안의 가장 큰 특징은 문화 콘텐츠 투자를 위한 모태 펀드에 더하여 국내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글로벌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데 있다. 그런데 글로벌 펀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전에 지난 수년간 모태 펀드를 통한 투자 성과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콘텐츠산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펀드는 총 1조원 규모를 넘어선다. 최근 몇몇 콘텐츠의 수익률이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초창기의 투자는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이 많았다.
우수한 콘텐츠 기획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안목이 부족했고, 그 결과 지원을 받은 프로젝트 중에는 ‘먹튀성’ 모럴 해저드를 드러낸 경우도 있다. 글로벌 펀드 역시 이런 점을 무엇보다 경계해야 한다.
글로벌 펀드 운용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해외시장 정보의 정확한 분석은 물론 우리의 경쟁력을 올바로 파악하는 것이다. 글로벌 펀드 운용을 통해 지원하게 될 프로젝트들은 해외 유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콘텐츠 유통과 관련된 국내와 해외 시장의 제도와 관행은 많은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를 정확히 보지 못하고 투자 대상을 고려한다면 엄청난 시행착오와 혼란을 겪을 우려가 크다. 그 동안 시도한 해외 수출용 프로젝트나 합작 프로젝트의 추진 형태와 결과를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장르를 막론하고 해외에서 성공한 콘텐츠들은 먼저 국내에서 탄탄한 기획력과 우수성을 입증,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어 해외로 진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 2의 한류’를 이끌고 있는 K-Pop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경쟁력이 나온 것은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국내에서의 치열한 경쟁과 잘 훈련된 기량을 꼽는다. 일본의 걸그룹이 단순히 ‘귀여운 소녀들’에 불과하다면, 우리나라의 걸그룹은 비주얼이나 가창력 매너 등 모든 면에서 프로페셔널하다. 외국의 아이돌들이 한국 걸그룹 만큼의 실력을 갖추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다.
도덕적 해이 예방이 관건
콘텐츠의 경쟁력은 그 자체의 완성도와 질적 우수성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글로벌 콘텐츠 펀드의 성패도 얼마나 완성도가 우수하고 참신성이 있는 콘텐츠를 식별해 낼 것인지에 따라 갈릴 것이다. 따라서 관리 시스템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문화관광부와 금융업계는 글로벌 콘텐츠 펀드의 훌륭한 취지를 잘 살려서 제 3, 제 4의 한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문화 산업과 국가 브랜드 강화에 앞장서기 바란다.
김재하 서울예대 디지털아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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