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91%가 B학점 이상기업 인사 담당자들도 불신
서울 H대 사범대 J(27)씨는 지난해 교직이수 과목 성적을 확인한 뒤 복잡미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한 학기에 4번 결석했고 과제보고서는 급조했던 수업에서 A학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기말고사에서 아예 답을 적지 못한 문제도 많았다. J씨는 "일단 학점을 잘 받았으니 솔직히 큰 불만은 없다"면서도 "힘들게 공부해도 A를 받을까 말까 한 다른 수업을 생각하면 공정하지 않다는 느낌은 든다"고 말했다. 그는 "교직이수 등의 과목은 A~F학점 비율이 교수 재량에 달려있는데, 승진 재임용 연임심사를 앞둔 교수와 강사 중에는 학생들의 강의평가를 의식해 선심성 학점을 뿌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학의 학사관리도 학생들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를 통해 전국 190개 4년제 일반대학 2009학년도 졸업생 평점을 분석한 결과 A학점 35.5%, B학점 55.5%로 졸업생의 91%가 B학점 이상의 성적을 받았다.
학점 부풀리기가 이처럼 심각하자 일부 대학들은 한 강의에서 교수가 학생에게 줄 수 있는 A, B학점의 비율을 제한하고 있다. 서울대, 숭실대 등은 A,B 학점을 60%내에서만 허용한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를 취한 대학이 일부인 데다, 몇몇 특수과목, 수강생이 적은 과목 등에서는 비율제한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적용되지 않는다.
재수강을 통해 이른바 학점세탁 학점성형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있는 대학은 소수다. 서울대, 한양대 등은 C+ 이하의 학점을 받은 학생에게만 재수강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성적이 제대로 안 나올 것 같으면 기말시험을 포기해 C이하를 받기도 하고, 교수에게 재수강을 위해 C이하를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대학에서 학생 성적은 여러 평가 잣대 중 가장 푸대접 받는 자료로 전락했다. 취업포털 알바천국이 이달 파인드잡과 500인 미만 사업장 인사담당자 312명에게 '(취업에서) 예전보다 가장 변별력이 없어진 기준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은 30%(94명)가 학점을 꼽았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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