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군 폭격지원 못받자 떼지어 도망카다피군, 라스라누프까지 밀어붙여우간다 "카다피 망명 환영"
수도 트리폴리를 향해 파죽지세로 내달렸던 반카다피 시민군이 패퇴를 거듭하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고향 시르테 함락을 눈앞에 뒀던 시민군은 30일(현지시간) 카다피군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 주요 석유 수출항인 라스라누프까지 포기했다. 불과 이틀 만에 나우팔리야와 빈자와드, 라스라누프를 줄줄이 내주며 동쪽으로 160km 밀려나 우카일라까지 후퇴한 것이다.
AP통신은 "빈자와드에서의 교전이 지속되는 동안 유엔 연합군의 공습 지원은 없었다"며 "한 시민군은 '사르코지는 어디에 있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카다피군이 브레가와 아즈다비야마저 탈환한다면 내전 상황은 연합군의 군사개입 이전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카다피군은 로켓포와 탱크 등 중화기를 동원, 시민군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목격자들은 "라스라누프에서조차 시민군이 정부군의 무차별 폭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떼지어 도망쳤다"고 말했다.
연합군은 29일 수도 트리폴리 공격에 화력을 집중했다. AFP통신은 카다피 은거지인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와 가까운 곳에서 두 차례의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또 트리폴리 교외 타주라의 몇몇 군사기지도 밤새 연합군의 공습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에는 동부 아즈다비야 인근에서도 연합군이 카다피군을 폭격했다고 AFP는 보도했다.
리비아 내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사회도 '포스트 카다피' 체제를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리비아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한 40개 국가 및 국제기구 대표들은 '리비아 연락그룹'을 구성키로 합의했다. 회의가 끝난 뒤 의장성명은 "리비아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정치적 방향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혀 카다피 이후 리비아의 새로운 정치질서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유엔뿐 아니라 아프리카연합(AU), 아랍연맹(AL) 등을 연락그룹에 포함시킨 것은 서방 주도의 일방적 논의에서 벗어나 리비아 사태에 공동 대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락그룹 첫 회의를 중동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군사작전에 참여한 카타르에서 열기로 한 점도 아랍권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한편 리비아 사태 종식을 위해 카다피 망명 문제가 거론되는 가운데 아프리카의 우간다 정부가 처음으로 카다피 망명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 측은 "피난처를 원하는 사람에게 망명을 허용하는 것이 우간다의 정책"이라며 "우리나라로 카다피 원수가 망명하기를 희망한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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