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후 한국의 모습은 어떠할까.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다음달 1일 인구보건복지협회 창립 50주년 기념 포럼에서 발표할 ‘미래로 50년, 인구 변동과 사회적 효과’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문에서 50년 후 한국의 미래 모습을 제시했다.
획일화된 생애주기 탈피
고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가고, 취업하고 결혼해서 출산을 하는 것이 지금까지 정형화된 20~30대의 모습이다. 조 교수는 이런 ‘생애주기’가 다양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경제의 덩치를 키우는데 주력했고, 그 과정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노동공급이 필요해지면서 연공서열 중심의 조직문화가 굳어졌다. 때문에 매년 주로 20대의 비슷한 연령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결혼해 출산을 하도록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
조 교수는 생애주기 변화가 2000년대 들어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우선 혼인ㆍ출산과 관련한 생애주기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것. 만혼과 비혼, 출산 연기나 포기 등으로 혼인과 출산 연령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런 혼인ㆍ출산 생애사의 다양화는 주택문제, 자녀교육 문제로도 이어질 것이고, 나아가 노동시장은 물론 성공에 대한 사회적 가치관 변화로 연결될 것으로 조 교수는 전망했다.
사교육 축소, 부동산 시장 안정
저출산ㆍ고령화 추세에 따라 2010년 고교 3학년인 18세 인구는 68만명이지만, 2020년에는 50만명, 2030년에는 40만명 선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그만큼 사교육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고 조 교수는 내다봤다. 또 생애주기의 획일성이 완화되면서 고3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대학에 진학하는 현상도 점차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출산율 감소에 따른 가구형태와 가구수 변화는 집값 안정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시내에서 중형 이상 주택의 수요자인 4인 이상 가구 수는 2010년 현재 127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350만)의 36% 선이지만, 이 비율은 2020년 32%, 2030년에는 28%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방 3개 이상 중형 주택 수요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소형 부동산 수요는 증가하겠지만 가격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자본축적 위기
노동 참여가 가장 활발하고 노동 생산성이 높은 35~54세는 2010년 전체 인구의 약 34%. 이 비중은 2050년 약 22%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생산력이 크게 감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이 연령대는 소비규모가 큰 데 반해, 고령 인구는 상대적으로 소비가 적다. 국가 전반적으로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조 교수는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줄어드는 것은 자본 축적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혼인과 출산 의지를 심각하게 감퇴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도 있다.
고령자의 비중이 커지면 그만큼 사회의 부양 부담도 늘어난다. 게다가 고령 인구 증가는 그들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위치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력이 커지면 사회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의 양과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강력한 정치적 이익집단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조 교수는 내다봤다. 이 때문에 부양을 담당해야 하는 젊은 층과 심각한 갈등을 빚을 수 있다.
또 자녀 유무에 따른 가구간 갈등도 예상된다.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자녀를 양육했는데, 은퇴 후 자녀가 없는 사람과 사회적 혜택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경우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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