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결론은 2년 전에 나 있었던 셈이다.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두 곳은 장애물 없이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거나(부산 가덕도), 영남권 주요 도시에서 1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경남 밀양)는 장점을 내세웠으나, 결국 낮은 경제성 때문에 무릎 꿇고 말았다. 2년여의 동남권 신공항 공방은 경상도 민심을 둘로 쪼재고 서로를 향한 원성과 상처만 남긴 채, 결국 원래 결론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기대 이하의 점수
밀양과 가덕도 공히 가장 배점이 높았던 경제성 평가(40%)에서 낙제점을 받은 게 결정적 탈락 원인이었다. ▦수요 ▦비용 ▦편익 ▦건설계획 등 경제성과 관련한 모든 세부항목에서 절반 점수도 못 받았을 만큼,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경제성 점수는 40점 만점이었지만 밀양이 12.2, 가덕도가 12.5점에 그쳤다. 통상 국책사업 평가에선 배점의 절반을 넘으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지만 밀양과 가덕도는 워낙 부족했다는 게 평가단의 지적이다.
그렇다고 낮은 경제성을 만회할 만큼, 다른 비교우위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총 30점이 부여된 공항운영(장애물 바람 시정 등)에서도 밀양은 14.5, 가덕도는 13.2점을 받는 데 그쳤다. 역시 30점짜리인 사회환경(접근성 지역파급효과 생태계 소음) 부문 역시 밀양 12.6, 가덕도 13.2로 모두 낙제점 수준이었다.
양측이 서로 우위를 주장했던 분야조차 기대 이하 점수가 나왔다. 밀양은 절대 우위라 주장했던 접근성(13.9점 만점) 항목에서 8.2점을 얻는데 그쳐 가덕도(4.9점)와 격차를 크게 벌리지 못했다. 반대로 장애물이 없다는 걸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웠던 가덕도는 11.7점 만점에서 5.8점밖에 받지 못했다.
2년 전의 반복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의 이번 발표는 이미 2009년 나온 국토연구원의 연구 용역에서 나온 것과 일치하는 결과. 그 때도 양쪽은 ‘함량미달’판정을 받았다. 2년을 돌고 돌아 같은 곳으로 온 것. 정책 결정을 질질 끌며 그동안 낭비된 국력을 생각하면 “나왔던 결론을 재확인하려고 이렇게 큰 분란을 일으켰냐”는 비판이 정부에게 쏟아질 판이다. 이승창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 국책사업에서 경제성이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데 결론이 나온 문제를 놓고 시간을 끌다 화만 키운 셈”이라며 “사회간접자본(SOC) 문제를 책임질 컨트롤타워가 없고 담당자들이 매를 맞기 싫다며 시간을 미루다 문제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평가에서 두 후보지의 채점 결과가 너무 저조하게 나오는 바람에,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 지역에 새로운 공항이 들어설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새로운 공항의 건설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못을 박았다.
건설비용이 줄어들 일은 없으니 편익(수요)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늘어야 경제성에서 합격점을 받을 수 있고 결국 중국 등에서 환승객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한ㆍ중ㆍ일 세 나라 공항 사이에 치열한 허브공항 경쟁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동남권 신공항이 끼어들 여지는 좁은 게 사실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부지확정에서 개항까지 약 15년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2030년까지 영남권에서 신공항이 들어설 가능성은 사라져 버린 셈이다.
수도권에 이은 두 번째 인구 밀집 지역인 영남권 신공항마저 경제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마당에, 다른 지역의 공항 신설 계획 역시나 차질을 빚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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