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KTB스팩이 비상장사와 합병을 추진하면서 상대측 동의도 받지 않고 합병사실을 공시했다가 반나절 만에 번복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스팩(SPACㆍ기업인수목적회사)의 신뢰성이 자꾸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30일 아침 교보KTB스팩이 TV홈쇼핑에서 일명 '하유미 팩'으로 유명한 화장품 제조업체 제닉을 인수했다고 공시하면서부터. 하지만 제닉측은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공시사실을 반박했다. 제닉 관계자는 "합병 제의가 들어온 것은 사실이나 주주 동의를 아직 얻지 못했다"면서 "(먼저 공시한 교보KTB스팩에 대한) 법적 대응도 고려 중이다"라고 밝혔다. 아직 합병이 완료되지 않았는데, 멋대로 합병공시를 냈다는 것.
당황한 교보KTB스팩은 한국거래소에 공시 철회를 요청하는 한편 이사회를 열고 합병결정을 자체를 취소했다. 회사측은 "이날 합병 공시는 제닉의 이사회 결의를 전제로 한 것이었는데 이사회가 열리지 못했다"면서 공시 취소 이유를 밝혔다.
조만간 한국거래소는 공시불이행 등을 이유로 교보KTB스팩에 벌점 등 제제를 가할 방침이다. 교보KTB스팩은 합병 공시를 하면서 매매가 정지됐는데, 거래소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를 하고 매매정지를 해제하면서 31일부터 다시 매매가 재개될 방침이다. 잘못된 공시 하나로 신뢰도 잃고, 제재까지 받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보KTB스팩은 합병 공시 정보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공시 전날인 29일 무려 5.69% 뛰었는데, 이는 작년 8월 27일 상장 후 하루 기준으로 최대 오름폭이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정남성 상무는 “공시 전 가격과 거래량 변동이 심한 종목은 모두 감시대상”이라며 “조사 뒤 내부정보 이용 가능성 등이 밝혀지면 금융위원회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