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충돌을 가급적 피하려 했다. 박 전 대표가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를 겨냥해 '국민과의 약속 파기'라고 비판해 이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반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지난해 8월 박 전 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으로 조성된 데탕트 기조가 일단 유지될 것임을 시사한다. 박 전 대표 측도 이날 이 대통령의 회견에 대해 날을 세우지 않았다.
우선 이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비판과 관련, "입장에 따라 견해를 달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박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박 전 대표와 관계를 너무 그렇게(갈등하는 식으로) 볼 필요가 없다"며 "선의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그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언론에서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 문제를 갖고 (나와 박 전 대표 사이에) '크게 마찰이 생겼다', '충돌이 생겼다'는 보도는 신문에서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우회적으로 박 전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입장에서 나 하나 편하자고 결정하고 욕을 안 먹고 떠나면 되지만 그것으로 인한 피해는 다음, 다다음 세대가 보기 때문에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원활한 국정운영과 정권재창출 기반 마련이라는 큰 그림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듯하다"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친박계 의원들은 "서로의 진심을 이해한 것"이라고 평가했으나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말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정책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해 갈등을 증폭시킬 필요가 없다는 박 전 대표의 의중이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충돌의 자국이 쌓이는 두 사람 관계의 전도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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