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신공항 입지 발표]신공항도 空約사례 추가 유력… "신뢰추락 불보듯"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선공약의 잇따른 파기가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와 국정운영 불신을 가져온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 출범 이후 '세종시 원안 건설 추진 공약'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건설 공약' 등 대선공약 두 건을 뒤집거나 뒤집으려 해 스스로 신뢰를 훼손시켰다. 이 대통령의 공약 파기 리스트에 또 한 건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30일'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2곳 모두 경제성 측면에서 부적합하다'고 발표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009년 세종시 원안 건설 공약을 무시하고 국회에서 수정안을 통과시키려 했다. 하지만 충청권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의 반발에 가로막혀 수정안이 폐기됐다. 결국 대통령의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공약을 지키게 되는 상황이 됐다.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충청권에 짓겠다는 공약도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 "4월 이후 법 절차에 따라 입지 선정을 다시 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대통령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된 사례는 적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임기 2년 뒤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공약을 깼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쌀 개방을 막겠다는 공약을 집권 10개월 만에 번복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각제 개헌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 대선 때 '일단 발표해서 표부터 얻고 보자'며 공약을 내놓았다가 집권 후에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행태가 반복돼 왔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세종시와 과학벨트 공약을 뒤집으면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결단"이라는 논리로 포장했다. 이로써 현정권이 대선공약을 발표할 때 '국가의 미래'보다 '눈 앞의 대선 승리'를 먼저 생각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29일 "이번 정권에서는 유독 대규모 지역 개발 공약 파기가 많은데, 이는 지난 대선 때 지역 개발 공약이 남발됐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여권과 보수진영에서는'대통령의 잇단 공약 파기 → 정권 신뢰 추락 →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 가속화 → 차기 총선과 대선 환경 악화'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걱정하고 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현정권은 당장 신뢰를 받는 것보다 나중에 역사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을 중시하는데, 이는 아마추어 같은 생각"이라며 "정치 영역에서는 원칙과 신뢰의 가치가 효율과 경제성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전 교수는 "공약 파기는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다음 대선에서 어떤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해 좋은 교훈을 남겼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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