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백두산 화산 회의]北 "日 대지진때 지하수 60㎝ 출렁ㆍ흙탕물도"다음 일정 추후 결정키로… 주체 놓고 입장차
남북은 29일 전문가회의를 통해 백두산 화산과 관련한 공동 연구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남북 양측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50분까지 경기 문산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남북 전문가회의에서 백두산 화산 공동 연구와 현지답사 등의 협력 사업 추진 방안을 놓고 협의했다. 양측은 차기 회담 일정을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회의 후 브리핑에서 "북측은 백두산 화산활동 공동 연구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전문가 학술토론회와 현지 공동연구 조사 방안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측은 4월 초에 전문가 회의를 다시 갖자고 제의했고, 우리 측은 검토 후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
유 수석대표는 논의 내용에 대해 "북측은 백두산 화산 활동 가능성과 구체적 징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회의에서 남측 과학자들이 전혀 접근할 수 없었던 지역의 훌륭한 자료를 (북측이)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남북 민간 전문가가 남북 당국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날 회의는 백두산 화산이라는 비정치적인 분야에 국한돼 비교적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백두산 화산 문제 협의를 먼저 제의한 북한은 이날 일본 대지진과 이에 따른 방사능 오염 우려를 제기하며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북측 단장인 윤영근 화산연구소 부소장은 3월 말에 개성에 눈이 온 것을 언급하며 "기상천외한 현상"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기상 현상도 잘 모르겠고, 지진 또한 잘 모르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윤 단장은 일본 대지진과 관련, "일본 지진 후 우리 지하수 관측공에서 물이 약 60㎝ 출렁거리고, 샘물에서 감탕(흙탕물)이 나오고 이런 현상이 많았다"며 "역시 (일본에) 가까운 곳에 있어서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방사능 오염 우려에 대해서도 "우리 측(북쪽)에 미칠 것 같아서 적극적으로 감시한다"며 남측의 피해 상황을 묻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회의 주체의 성격을 놓고 미묘한 긴장과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윤 단장은 자신을 소개하면서 "화산연구소 부소장이자 지진부국장을 겸하고 있다"며 "장성렵 대표는 화산연구소 실장, 주광일 대표는 조선지진화산협의회 위원이다"고 말했다. 특히 주 대표는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서기국 책임부원 겸 민족화해협의회 참사로, 지난해 2월 금강산ㆍ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간 실무 접촉에 북측 대표로 나오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 지진국은 내각 기구이며, 화산연구소도 지진국 산하 기관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 측은 이날 회의가 당국 회담이 아닌 민간 전문가회의임을 강조했다. 유 수석대표와 김기영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등 4명의 대표단은 모두 민간 전문가다. 이날 회의장 주변에서도 회의 진행에 필요한 실무진을 제외하고 통일부 등 정부 당국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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