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키우는 학생 평가] "교육적 평가 왜 못하나" 비판에 교사들 항변
학생 평가 방식에 대해서는 일선 교사들도 할 말이 많다. 참교육을 위한 평가 방식이야 누구보다 잘 알지만, 일단 상급학교 진학에 방해가 되면 쏟아지는 항의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은 "학생의 수업 이해도를 평가하는 바람직한 문제를 내고,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서 서술형 평가를 확대"하라고 지침을 내려 보낸다. 하지만 교사들은 "그렇게 이상적인 시험을 냈다간 큰일난다"고 말한다. "시험을 최대한 쉽게 내지 않기 위해 시험기간이 되면 교사들도 긴장한다."(경기 D고 C교사), "서울대 연대 고대 진학할 상위권 내신 관리에 신경을 쓴다. 너무 쉬워서 1등급 수가 많아지면 안 된다."(서울 S고 K교사), "서술형이어도 답은 명확히 갈려야 한다."(서울 A중 L교사) 등 학교 현장에서 통하는 시험 출제 요령은 따로 있다는 것.
교육당국은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나, 그럴수록 창의성 평가를 강조한다. 서술형 평가 비율까지 정해 독려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차갑다. 김혜남 문일고 영어 교사는 "시험 기간마다 난리가 난다. 서술형 평가 결과를 놓고 대학교수인 학부모가 항의하고, 전문가 자문을 구해 리포트로 반박하고, 미국 일상회화에서 통했다고 항의한다"며 "교사들이 이를 검토하느라 학사일정을 늦춘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교사의 채점 권한도 상당히 제한적이다. 과학 담당인 이창희 대방중 교사는 "서술형 답안지는 여러 경우의 수로 제출되고 이를 교사들이 돌려가며 교차채점 하는데도 공정성 논란이 항상 있다"며 "정답과 꼭 일치하지는 않아도 정답으로 간주할 있는 경우 협의를 거쳐 채점할 수 있는데 감사에서 지적을 받거나 경위서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분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내신에 민감한 과목 교사들은 애초에 명백하게 답이 갈리는 문제를 내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은 입시에 무척 민감하고, 수업은 20~30명씩 앉아서 획일적 강의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런 현실은 그대로 두고 성급하게 평가만 창의적인 것을 요구하다 보니 일부 평가과정이 왜곡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급당 학생 수가 줄고 창의인성 수업이 자리잡고 대학 입시문제도 전반적으로 함께 개선돼야 제대로 된 창의성 평가, 교육적 평가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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