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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가능할까/ 부당 지원·정상 영업 구별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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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가능할까/ 부당 지원·정상 영업 구별이 과제

입력
2011.03.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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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그룹들의 '일감 몰아주기' 편법에 세금으로 제동을 걸겠다는 시도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이른바 '상속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되면서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구체적인 과세 대상을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그동안 실현되지 못했다. 정부가 올해 또다시 과세 방침을 밝히고 나섰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1일 "기업 이름을 밝히긴 어렵지만 몰아주기 관행이 지금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

몰아주기의 메커니즘은 이렇다. 먼저 재벌그룹의 오너 일가나 2세 등이 소규모 자본금으로 비상장 계열사를 설립한다. 그러면 계열사들이 이 기업에 각종 거래물량을 몰아 줘 매출과 수익이 급증하고 기업가치도 크게 오른다. 적당한 시점에 이 기업을 상장하면 오너가 막대한 차익까지 챙기는 식이다. 계열사를 동원해 만든 이익을 넘겨주는 셈이니, 사실상 증여에 해당하지만 지금까지 이에 맞는 세금은 내지 않았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자산 5조원 이상인 국내 35개 대기업집단의 계열사가 2008년 912개에서 2010년 1,085개로 급증했고, 몰아주기 등이 의심되는 부당내부거래도 60건에서 87건으로 늘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문제는 과세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이날 구체적인 과세방안을 묻는 질문에 "어떤 형태로 과세요건을 정하고 법적으로 뒷받침 할지는 검토 후에 말하겠다. 오늘은 방향을 제시했다고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정부로서도 아직 뾰족한 복안은 없다는 의미다.

실제 2004년 상속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되면서 이전까지 법에 열거된 유형에만 과세가 가능했던 것이 사실상 상속이나 증여로 판명될 경우 모든 이익에 과세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즉 몰아주기의 경우에도 과세는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랬듯 어디까지를 부당지원으로 보고, 또 정상적인 영업으로 볼지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정부는 2007년에도 대기업 계열사들의 물량 몰아주기를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당시 과세방안 검토 단계까지 갔으나 똑 부러진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주영섭 재정부 세제실장은 "상속증여세법을 개정해 구체적 과세 근거규정을 담는 형식이 되겠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이견이 많아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준비 안 된 과세방침을 성급히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학계나 시민단체 등에선 포괄주의 적용 외에 자본이득세를 매기는 방법 등을 제안하기도 한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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