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작품의 한국적 특성을 살려 가야금 뜯는 느낌은 피치카토주법으로, 흐르는 소리는 글리산도주법 위주로 표현할 거예요.”
바이올린 주자 이정화(35)씨의 귀국 독주회는 남다른 데가 있다. 일반적 바이올린 주법보다 투박한 느낌이 나게 공명을 살리려 한다. 서구적 접근법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는 이를 “한국인들만의 시김새”라고 했다. “서양 음악을 할 때처럼 가볍게 연주하지 않아요. 현의 안쪽에서 깊게, 세게, 거칠게 튀기는 거죠. 비브라토도 통상보다 넓게 하면 국악만의 깊고 어두운 농현음이 나오죠.”스스로 한 맺힌 소리를 연구해 발견한 결과다.
그는 피바디음대 미시간주립대 등에서 공부하면서 서양식 접근법을 거부했다. “2009년 박사학위 논문 주제를 윤이상의 음악, 특히 그의 음악에서 한국 전통음악의 영향으로 잡고 논의를 펼쳐 갔더니 교수들이 모두 신기해 하더군요.” 황병기 강은일씨 등 국악의 현대적 변용을 적극 모색해 온 국악인들의 작품이 논문에 큰 힘을 실었다. 논문을 쓰면서 한국 친지에게 부탁해 읽은 윤이상과 루이제 린저의 대담집 을 미국 번역본과 비교해 읽기까지 했다.
“이번 연주회를 기점으로 ‘정원의 니나’ 등 선생의 작품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생각이에요.” 경원대에서 음악 실기를 강의 중인 그는 학생들에게 많이 느끼라고 한다. 한국 학생들이 테크닉은 우수한데 감성이 풍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상력을 중시하는 자신의 작업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악보를 존중하되 트릴과 비브라토 등을 적절히 구사해요. 어떤 곡에 내 상상을 펼치는 제 방식이죠.”그는 이를 두고 “자유를 찾는 길”이라 했다. 독주회에선 이종희씨의 ‘황금노트북’을 초연하고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등도 연주한다. 피아노 김진호씨. 4월 8일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11일 금호아트홀. (02)586_0945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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