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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철 하이닉스 사장 취임 1주년 인터뷰/ "버핏은 틀렸다…IT가 차세대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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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철 하이닉스 사장 취임 1주년 인터뷰/ "버핏은 틀렸다…IT가 차세대 주역"

입력
2011.03.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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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은 틀렸습니다." 단호했다. 세계적 투자가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투자관에 대한 반박이었지만, 그의 평가는 냉정했다.

권오철(53) 하이닉스반도체(이하 하이닉스) 사장은 28일 취임 1주년을 맞아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디지털 정보화 시대를 주도해 나갈 핵심 산업은 반도체와 전자, 나노 산업 등과 같은 과학기술 관련 산업"이라며 "주식투자로 돈을 버는 (워런 버핏의) 투자관과 시대를 주도하는 산업, 기술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최근 방한 한 워런 버핏 회장이 "지금 투자하는 기업 중 정보기술(IT) 업종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지난해 3월29일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그는 사상 최대 실적(매출 12조987억원, 영업이익 3조2,731억원, 순이익2조6,565억원)과 함께 하이닉스를 흑자 전환시켰다.

-CEO 취임 1주년이다. 취임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 등 하이닉스가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지난 1년을 돌아본다면.

"여건이 좋았다. 금융위기가 회복되는 지난해 상반기에 공급이 부족할 만큼 수요가 강했다. 하반기에 수요가 꺾이면서 가격이 하락했지만 매출과 이익을 최대치로 낼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과 제품력, 생산성 등 하이닉스만의 종합적인 경쟁력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하이닉스는 이제 불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이 됐다."

-'불황에 흔들리지 않는 기업이 됐다'는 의미가 구체적으로 뭔가. 자신감이 생겼다는 뜻 인가.

"그렇다. 가격이 급락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 업체들은 대부분 적자로 전환됐다. 불황이 계속되는 올해 1분기 현재도 후발 업체들은 원가 이하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크게 높이면서 제품력과 기술력을 꾸준히 강화한 결과, 불황을 감내할 만한 힘이 생겼다. 고부가가치 제품은 수익 변동성이 적다. 웬만한 불황에도 지속적으로 흑자를 낼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지난해 60%였던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올해는 70%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일본 지진으로 부품 수급 문제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의 대응 방안이 있다면.

"3개월 내로 수습이 되면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재고도 안정적이고, 공급선도 다양화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 될 것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보다 일본 장비나 소재를 더 많이 쓰는 대만 등 경쟁사의 경우엔, 피해가 있을 것이다. 또한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엔 메모리반도체 수급 불확실성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런 사태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핵심장비의 국산화 비율 증가와 부품 공급선 다변화를 꾸준히 하는 수 밖에 없다."

-최근 일본 업체인 엘피다의 대만 업체 인수ㆍ합병(M&A)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M&A가 성사됐을 경우, 파급력은 어느 정도로 보나.

"기본적으로 대만 업체들은 독자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 시설도 낙후돼 있다. 제휴를 한다고 해서 새로운 기술이 생겨나는 게 아니다. 따로 있으나, 합쳐 있으나 이들 업체의 M&A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근 방한 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IT 업종을 투자 업종에서 제외했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세계에는 수 많은 투자자가 있다. 그 분은 세계적인 투자자 중의 한 분일 뿐이다. 그 분의 철학은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업종에만 투자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이해할 수 있는 업종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기업을 보고 사업을 이해한다'는 워런 버핏 회장의 투자관이 자칫 차세대 산업인 반도체 분야 전체의 성장 잠재력을 평가 절하시킬 수도 있다. 코카콜라가 이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직도 전자 업종의 진화가 계속된다는 말인데, 전자 업계의 10년 후를 예상한다면.

"스마트 시대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각종 디지털 기기에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제품이 몇 개나 되나. 디지털화가 진행될 수록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더구나 한국을 대체할 만한 반도체 생산 국가는 없다. 여기에 열정과 인내력, 집단적인 협업 등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 특성도 한국인의 특성에 잘 맞다."

-최근 협력사들과 함께 상생하는 동반성장이 화두다. 하이닉스의 동반성장 경영은.

"초정밀이 요구되는 반도체는 협력사들과의 원활한 협업을 못하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공정만 500개다. 반도체 사업 시작과 함께 동반성장은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것이다. 기술과 교육, 특허 등을 협력사와 함께 하는 것은 기본이다. 거시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장담할 수는 없지만 협력사와 끈끈한 상생 덕분에 올해?지난해에 비해 진일보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믿는다."

●권오철 사장은

1958년 경북 영천 출생으로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1981년)하고 현대그룹에 입사(84년), 현대전자(89년)와 현대전자 미국 현지법인 기획ㆍ투자 관리(94년)로 일했다. 2001년 하이닉스반도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전략기획실장(02년), 대외협력실장(07년), 중국생산법인장(09년)에 이어 지난해 3월 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대담=박진용 차장 pjy681014@hk.co.kr

정리=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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