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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경쟁력 보고서] <6·끝> 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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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경쟁력 보고서] <6·끝> 기업은행

입력
2011.03.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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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企금융 최강자… 소매금융 노하우 쌓아라

위기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를 구분한다. 위기를 통해 도태되는 쪽이 있는 반면 점프에 성공하는 쪽도 있기 마련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뿐 아니라 국내 은행권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가장 달라진 곳이 바로 기업은행이다. 다른 은행들이 대출을 줄여나갈 때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자산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단숨에 선두은행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국책은행으로서 주어진 역할(중소기업 지원)도 다하고 더불어 자산규모까지 확대해 시중은행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외형까지 갖추게 됐으니 기업은행은 금융위기를 200% 활용한 셈. 기업은행을 보는 시중은행들의 시선도 이젠 달라지고 있다.

이것이 강점이다

기업은행은 역시 중소기업 금융의 은행이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중소기업 금융만큼은, 기업은행이 일반 기업금융의 최강자로 불리는 우리은행보다도 강한 영업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기업은행 여신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비중은 작년 말 현재 77.9%. 40%대인 타 시중은행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2년 동안 은행권 전체의 중소기업 대출은 19조3,400억원이 늘었는데, 이중 90%가 넘는 17조6,000억원을 기업은행이 담당했을 정도. 이쯤 되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금융시장은 기업은행의 텃밭"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대출을 늘렸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면서 "기업은행은 다른 은행들이 몸을 사릴 금융위기의 시기를 자산확대의 기회로 봤고 그래서 전략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을 한꺼번에 늘리다 보면 부실위험도 커지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기업은행은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로 수익성과 건전성 면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기업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간 거둔 순이익은 약 2조원으로 신한 우리에 이어 은행권 3위 수준이며, 자산 대비 수익률은 빅5(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중 1위다. 대출 연체율 역시 0.67%로 5대 은행 평균(0.78%)보다 낮을 만큼 건전성도 탁월하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50년 가까이 중소기업 금융을 해오면서 리스크 관리 능력을 축척해온 결과"라며 "특히 중소기업 대출 중 부동산과 조선 등 대출위험군 비율이 타행이 평균 13%인데 반해 기업은행은 8%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탄탄한 조직 문화도 보이지 않은 강점으로 꼽혔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합병이 없었던 은행인 만큼 선ㆍ후배간의 유대감이 어느 은행보다 강하다"고 전했다.

이것을 고쳐야 한다

국책은행이란 사실은 기업은행의 태생적 한계일 수 밖에 없다. 좋으나 싫으나 정부 정책목표에 부응해야 한다는 사실은 시중은행들과 경쟁에서 핸디캡일 수 밖에 없다.

중소기업 금융에는 절대강자이지만, 소매금융 부문에서 취약성이 드러난다. 시중은행과 싸우려면 소매금융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이쪽 부문이 워낙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책은행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기업은행은 소매금융을 위한 영업점이나 인력,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다"면서 "특히 현장 직원들이 기업금융에 익숙해져 있어 개인고객을 상대하는 노하우와 마인드가 부족한 것은 보이지 않은 큰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수신 기반은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들은 대출의 80~90%를 고객예금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기업은행은 이 비율이 30%대에 머물러 있다. 상당 부분을 중소기업금융채권 발행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 전재곤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소기업금융채권은 국가와 동일한 신용등급을 받아 조달금리가 낮은 점은 분명 유리하지만 요즘과 같이 시중금리가 요동을 칠 때는 안정적인 조달과 공급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CEO리스크도 약점으로 지적됐다. 현 조준희 행장이 내부 출신으론 두 번째, 기업은행 공채 출신으론 처음으로 행장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계속 이렇게 간다는 보장은 없다. 정부가 주인인 만큼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지 관료나 외부 출신들이 다시 CEO가 될 수 있고, 그 때마다 경영전략이 바뀌는 등 장기적 일관성 유지가 힘든 것은 기업은행의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란 게 은행권의 공통된 지적이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 경쟁은행들은 이렇게 봅니다/"여신심사 시스템 탁월…리스크 관리 부족"

경쟁은행들이 꼽는 기업은행의 강점, 역시 중소기업 대출 노하우였다. 그 중에서도 여신심사 시스템.

사실 시중은행들은 경기가 좋을 때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렸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커다란 부실로 이어진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기가 좋을 때 중소기업 사장을 '왕'처럼 모시던 지점장들도 경기가 나빠지자 바로 외면했다. '비올 때 우산 뺏는다'는 얘기나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경우 오랫동안 쌓아온 데이터베이스와 자체 개발한 심사 시스템, 해당 기업과 거래해 온 담당자의 경험 등을 통해 중소기업 대출을 심사할 때 미래를 내다보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경기가 나빠져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 A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찾아 온 중소기업 사장에게 가까운 기업은행을 찾아가라고 권하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시장이나 아파트 등 개인고객이 많은 요지에 점포를 가진 것처럼, 기업은행도 중소기업 주요 단지마다 전략 점포를 둬 위치를 선점한 것이 큰 장점이라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소매금융과 수신 노하우는 역시 부족하다는 평가다. B은행 관계자는 "얼마 전 기업은행의 '서민섬김통장'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만약 이 같은 고금리 상품이 우리 은행에도 있었으면 판매량이 훨씬 더 엄청났을 것"이라면서 "채널과 소매금융 노하우 부족으로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리스크 관리에 철저하다고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은행의 PF 부실규모는 5,780억원으로 경쟁은행들과 비교해서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특히 전체 PF자산 규모 대비 부실비율은 은행권 최고 수준이다. C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많이 하면서도 리스크 관리를 아주 잘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PF 부실비율이 이렇게 높다면 정말로 리스크 관리가 뛰어난 것인지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 안에선 이렇게 봅니다/ "개인 고객 공략 위한 상품 개발에 매진"

"개인고객보다도 민감하고 예민한 고객군이 바로 중소기업입니다. 이들을 어떤 은행보다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는 것이 기업은행의 숨은 힘이지요. "

유석하(사진) 기업은행 경영전략 부행장은 단지 거래 중소기업 고객이 많다는 것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했다. 차별화된 중소기업 관리능력이야말로 기업은행의 진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유 부행장은 "중소기업 고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경기의 불확실성이나 사업 전망이 아니라 바로 유동성 위기로 인한 흑자부도"라며 "이 공포를 얼마나 줄여주느냐가 고객 관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예컨데 연간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매년 흑자를 내는 견실한 중소기업인데 단지 10억원의 운용자금이 부족해 부도 위기에 몰렸을 경우, "기업은행 만큼 지원여부를 가장 빨리 판단하고 신속하게 자금을 집행하는 곳은 대한민국에 없을 것"이라고 그는 자신했다.

유 부행장은 이어 "대부분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은 주로 단기 운용자금에 치우쳐 있다"며 "하지만 기업은행은 시설자금 등 장기적인 투자자금비중이 높아 고객 신뢰도도 그만큼 높다"고 말했다.

다만 리스크 관리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소기업 대출을 대폭 늘려 자산규모를 키운 만큼, 이를 잘 관리하는 게 관건이라는 것. 유 부행장은 "자산을 늘렸어도 건전성 부문에서는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다"면서 "하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은 만큼 올해는 자산 확대보다는 자산 관리에 중점을 둘 것"고 말했다.

개인고객 시장공략을 위해선 '킬러 상품' 개발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행의 가장 큰 약점은 수신기반의 취약성"이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상품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단기성과에 치중한 일회성 캠페인은 대폭 줄여 장기 거래 고객 확보에 중점을 둘 방침. 최근 들어 개인고객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통장이나 카드를 만들어 놓고도 월 1만원이상 거래하지 않은 고객을 개인고객 집계에서 뺀 것도 이 때문이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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