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유가 시대 신풍속도
2009.83원.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서 27일 파악한 서울지역 보통휘발유의 리터당 평균판매가격이다. 1900원(2월 8일)을 돌파한지 한달 사이에 100원이 넘게 올랐고 2009년 1월과 비교하면 600원 이상 비싸다. 유가와 직결되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직격탄을 맞았고, 이어진 물가상승으로 경제적 약자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고 있다.
대형할인업체에서 직영하는 경기 용인의 한 셀프주유소는 기름값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차량들로 매일 밤늦게까지 장사진을 이룬다. 도로 맞은편 텅 빈 주유소와 대조적이다. 리터당 몇 십 원의 차이가 바꿔놓은 풍경이다. 되도록 집 근처 주유소를 이용해 나름대로 '착한 소비'를 실천하려 했다는 한 시민은 "올 들어 주유비로 한 달에 5~6만원은 더 쓰는 것 같다, 나날이 오르는 기름값 앞에선 장사가 없더라"며 한 숨을 내쉬었다. 업무상 승용차 출퇴근을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다.
인천 소래포구에서 덕적도 부근까지 나가 조업을 한다는 한 통발어선 선장은"한 번 나갈 때마다 작년에 비해 기름값이 50만원 정도 더 들어간다"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25일 오후 소래포구 수협에선 면세유 수급 자격을 놓고 어민과 담당직원간 고성이 오가는 모습도 보였다.
4.5톤 트럭으로 주로 동해 방향으로 화물을 수송하는 한 모씨는"기름값은 날로 오르는데 운송료는 제자리 걸음이거나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며 목청을 높였다. "기름값과 통행료가 운송료의 70%가 넘는다. 감가상각비를 계산하면 운행할수록 적자"라는 것이다. 25일 아침부터 서울 신정동 서부화물터미널에 나와 일거리를 구하던 한씨는 결국 이날 빈 차로 집으로 돌아갔다. 1톤 소형 화물차를 운행하는 정 모(54)씨는 "집에 생활비를 갖다 주지 못하는 날이 많다. 그래도 어쩌나. 손해난다고 쉴 수도 없는 노릇이고"라며 고충을 털어 놓았다. 차가 없는 밤에도 절대로 시속 80km이상 달리지 않는 것이 정씨가 고유가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자정을 넘기면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도 제법 많은 별을 볼 수 있다. 야간 경관조경을 줄이고 대형건물과 심야업소의 소등시간까지 제한한 정부의 에너지 절약 대책 덕분이다.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도심의 밤 풍경까지 바꿔놓은 고유가의 어두운 그림자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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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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