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의 복구작업이 좀처럼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호기 터빈실 물 웅덩이에서 평소보다 10만배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데 이어, 터빈실과 배관을 연결하는 건물 밖 도랑(트렌치)에 고여있는 물에서도 1시간 당 1,000밀리시버트(mSv)의 방사선이 측정됐다. 1,3호기에서도 압력용기에서 처음으로 이상신호가 감지되면서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1~3호기에서 공통적으로 생긴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물을 빼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은 28일 후쿠시마 제1원전 냉각장치 복구작업에 물웅덩이가 최대의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웅덩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태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신문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당초 임시 펌프로 원자로 터빈실 지하에 있는 오염된 물을 퍼서 복수기(復水器)를 통해 원자로로 돌려보내는 방법을 염두에 뒀다. 실제로 25일 1호기에서 이 작업을 했고, 2~4호기도 같은 방법을 검토했다. 하지만 2호기 복수기가 현재 물이 가득 차 있는 상태여서 이 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난감한 상태다. 물이 어디서 새고 있는 지도 파악되지 않아 언제까지 작업을 계속해야 할 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작업인부를 내려 보내고 싶지만 고농도 방사선에 15~20분만 일해도 연간 피폭 방사선량 한도치를 넘는 상황이라,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호기의 터빈실 물웅덩이에서 검출된 요오드와 세슘 등은 1,3호기와 마찬가지로 연료가 핵분열을 일으킬 때 발생하는 것이어서 연료봉이 손상돼 원형을 유지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28일 보도했다.
미야자키 게이지(宮崎慶次) 오사카대 명예교수는 "노심내부의 연료가 녹아 내렸다고 확신한다"며 "사용후 핵연료는 저장 수조에 들어있기 때문에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전했다.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방사성물질이 사용후 핵연료와 최근까지 가동된 원자로에서 나왔을 가능성 두 가지를 모두 열어두고 있다.
다행히 연료봉이 손상됐다고 해서 핵분열연쇄반응이 다시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원자로는 지진발생 직후 제어봉으로 가동을 긴급 정지시키면서 핵분열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 핵분열을 일으키려면 중성자선이 증가, 지속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임계상태로 진행해야 하지만 최근 검출된 방사성 물질에서 중성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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