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보도되었듯 우리나라 청소년들의‘더불어 사는 능력’은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다. 36개국 청소년 14만 명에 대한 연구에서 우리 청소년들은 ‘관계 지향성’이나 ‘사회적 협력’ 영역에서 최하 점수를 받았다. 입시위주 교육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예다.
우리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말하기나 발표 등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을 기회가 없다.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정규교과 과정에서 말하기 과목을 아예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위주의 학업에 내몰리는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발표할 훈련도 받지 못한다. 당연히 발표에 대한 불안도 높아진다.
청소년 의사소통 불안 높아
최근 들어 어느 때보다 말하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 대학에도 화법과 말하기를 위한 다양한 교과목들이 생기는 추세다. 내가 수년째 강의하는 ‘말하기와 토론’수강생들의 과목수강 이유를 들어보면 취업 준비와 유학 대비는 물론 일상생활에서의 효과적인 소통과 자연스런 만남 등으로 다양하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의사소통 불안이 높은 학생들은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수업에 참여하는 적극성이 낮고, 나아가 사회적으로 소외감이나 무기력감을 느끼기 쉽다. 맥크로스키 교수가 개발한 설문을 우리 상황에 맞게 수정하여 우리나라 학생들의 발표 불안도를 측정해보았다. 역시 우리 학생들은 미국 학생들보다 훨씬 높은 발표 불안을 보였다.
발표 불안을 줄이고, 발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는 발표 불안이 나타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불안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발표 불안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현재 상태와 자신의 목표치가 차이가 많기 때문에 나타난다.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나 도저히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이 느껴지면 사람이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자신은 S사에 입사하는 것이 지상 목표인데, 여러 가지 면에서 자신보다 월등히 뛰어난 지원자들이 모집 정원을 채우고도 남는다고 하면,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사 면접을 하게 되면 누구라도 심한 발표 불안을 겪게 된다. 그러므로 발표 불안이 심하게 나타날 때에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발표 불안을 낮추어 주기 위해서는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테면 아이들이 발표를 앞두고 긴장을 할 때 무조건 “넌 잘 할 수 있어”라고 반(半)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아이들의 불안감을 심하게 할 뿐이다. 그보다는 “그게 당연한 거야. 누구든지 발표를 할 때는 많이 긴장한단다. 쉽지는 않겠지만, 열심히 발표를 준비하면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하는 식으로 격려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내가 진행한 협동학습의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 학기에 7회 이상의 소집단 토의를 실시하면 학생들의 발표불안 수준은 현저하게 낮아지고 사회적 협력에 대한 선호도는 유의미하게 증가되었다. 이제는 이러한 노력으로 시작해서 학생들의 발표력을 높여주는 체계적인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할 때이다. 왜냐하면 발표 잘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체계적 발표력 훈련이 도움
친한 선배 부부의 딸인 J는 중학교 2학년인데, 2년째 학생회장을 맡고 있다. 거푸 회장에 뽑히는 비결이 있느냐는 내 질문에 J는 제법 의젓하게 대답한다. “제가 연설이 좀 되거든요.” 내가 대학에서 말하기를 가르치는지 모르는 J는 나에게 눈을 반짝이며 귀엽게 말한다. “제가 연설을 잘하는 비결을 알려드릴까요? 저는 떨리지 않게 연습을 많이 해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연설을 할 때는 많이 준비한 것 같지 않게, 자연스럽게 연설을 해야 되요. 그러면서도 잘해야 되요.”
김은주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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