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강원 지역에서 검출됐다고 발표된 방사성물질 제논(Xe_133)이 일본에서 러시아 북극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유입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동명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방사능탐지분석실장은 28일 “강원 지역 대기 중에서 검출된 제논의 이동 경로를 컴퓨터로 역추적한 결과,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출된 방사성물질의 극히 일부가 러시아 캄차카반도로 흘러가 시베리아를 포함한 북극지방에 광범위하게 퍼졌다가 북서기류를 타고 중국 동북부로 내려온 뒤 다시 한반도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캄차카반도 상공에 형성돼 있던 저기압이 약해지면서 일시적으로 기류가 시베리아 쪽으로 움직였고, 거기 섞여 흘러간 제논이 겨울철에 한반도로 부는 바람(북서기류)을 타고 내려왔다는 추정이다. 최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검출된 방사성물질도 이 경로를 타고 이동했을 거라고 KINS는 추측하고 있다.
강원도 방사능측정소에선 사실 23~27일 계속해서 대기 중에서 극미량의 제논이 검출돼 왔다. 23일 채취한 대기 시료에서 1㎥에 0.00159베크렐(Bq)이 검출된 뒤 양이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그러나 윤철호 KINS 원장은 “이 정도로는 정확한 분석이 어려웠다”며 “검출량이 유의미한 수준이고 일본 원전 사고 말고 다른 요인은 배제할 수 있는 데이터가 나오기 시작한 게 26일”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또 “강원 지역에서 검출된 제논은 국지적 기류의 흐름을 따라 이동한 것이지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오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런 국지적 기류라도 방사성물질이 전 세계로 퍼질 가능성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편서풍이 부는 지상 약 10km 아래에는 여러 방향으로 부는 국지적 바람이 있다. 강원 지역 제논 검출은 이 같은 하층 바람을 타고 방사성물질이 세계 곳곳으로 이미 퍼지고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방사성물질 요오드_131과 세슘_137도 세계 곳곳에서 미량씩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 사이에선 일본에서 나온 방사성물질이 편서풍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해 지구를 한 바퀴 돈 뒤 강원 지역에서 검출됐다는 견해도 있다. 또 편서풍을 따라 움직인 방사성물질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4월 초에는 한반도에 도달할 거라는 견해도 나온다.
편서풍이든 하층 바람이든 기류를 타고 이동해 온 방사성물질은 희석된 극소량이라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강원 지역 제논의 공기 중 최대 농도는 1㎥에 0.878Bq. 방사선량률로 환산하면 시간당 약 0.00650나노시버트(nSv=10억분의 1Sv)다. 한국 자연방사선 준위인 평균 150nSv의 약 2만3,000분의 1 수준이다.
지금까지 전국 12개 측정소에서 주 1회 대기 중 방사능을 분석하던 KINS는 강원 지역 제논 검출을 계기로 매일 분석하기로 했다. 울릉도와 독도, 제주도 남쪽, 남서 도서지방에서 해수와 해양생물(어류 패류 해조류)도 채취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윤 원장은 “해수는 20개, 해양생물은 12개 수역에서 우선 채취할 예정”이라며 “검사 결과는 약 2주일 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제논은 북한 핵실험 때 한반도로 넘어오기도 했다.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잘 일으키지 못해 체내에 들어가도 쉽게 배출되기 때문에 비교적 덜 위험하다. 인체에 들어가면 주로 폐를 통과하지만 공격하진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제논 검출은 세슘이나 요오드 국내 유입의 전조일 가능성이 있어 학자들은 이를 주시하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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