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요타의 리콜 처리 비용이 20억달러에 이르지만 이번 대지진으로 지난 2주간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28억달러 손해를 봤다."(도이치 뱅크)
"부품 공급 차질로 일본 업체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 자리를 연비가 좋은 소형차가 차지할 수 있다."(뉴욕타임스)
일본 자동차 업계가 도호쿠(東北) 대지진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올해 일본내 생산량이 15~30%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배터리 생산과 부품 조달이 어려워 지면서 미래 친환경 차량 시장을 선점하려던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일본 업체들은 프리우스(도요타), 인사이트(혼다) 등 하이브리드차량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한 뒤 이를 전기차 시장으로 이어 가려는 미래전략을 취해왔다.
미국 혼다 법인은 30일 미국 오하이오주 메리스빌 공장과 캐나다, 멕시코 공장의 생산량을 일시적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메리스빌 공장은 1982년 혼다의 첫 미국 현지 공장으로 지난해 누적 생산 1,000만대를 돌파했다. 한마디로 일본 자동차의 해외 진출을 상징하는 생산시설인 셈. 하지만 대지진 여파를 비껴가지 못했다. 부품 공급망이 무너졌기 때문. 생산이 언제 정상화될 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이날 론 리츠케 혼다 대변인은 "언제까지 중단할 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혼다는 일본내 주요 생산 시설인 사이타마현 사야마 공장의 조업 재개도 다음달 4일 이후로 미뤄 논 상태다.
다른 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닛산은 대표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가 부품 부족으로 정상적인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도요타도 미리 확보한 부품으로 일단 가동을 재개했지만 츠츠미, 규슈 공장의 생산을 제한키로 했다.
도요타는 특히 글로벌 시장을 독점해 온 하이브리드차량에서 타격을 입었다. 프리우스, 렉서스 HS250h, 렉서스 CT200h 등 간판 하이브리드 모델의 본격 생산 재개는 다음달 11일까지는 힘들 전망이다. 500여개 부품 공급사가 이번 대지진으로 직접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생산 차질은 결국 판매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복구 비용 지출 등으로 판촉 비용이 줄어들고 애프터서비스(AS)용 부품도 부족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도요타는 미국 시장에서 한때 1대당 3,000달러 이상을 지원하던 구매자 할인혜택을 줄일 방침이다. 또 일부 부품의 부족 사태를 공지하고 교체 부품 주문을 더 이상 받지 말라고 공문을 내려 보냈다. 도요타는 브레이크 회전날개 등 233개 부품 공급이 한달 안에 정상화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는데다 부족한 부품의 종류가 더 늘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자동차 산업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이치 뱅크는 일본 업체의 완전 정상화는 10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 조사 기관인 IHS 오토모티브는 일본 자동차 생산의 30%가 줄 것 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보다 크다"며 "글로벌 업체 중에는 일본 부품 의존도가 적은 폴크스바겐과 현대ㆍ기아차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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