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마트폰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를 검토 중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란 매달 5만5,000원 이상을 내면 스마트폰으로 이동통신망에 접속해 용량에 구애 받지 않고 무한정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다. 이통 3사가 고정형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이 없는 지역에서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
'휴대폰 불통 유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 검토
30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이동통신 통화 품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소수의 이용자가 과도한 이용량(트래픽) 폭주를 일으켜 다수의 이용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에 경제 원리상 맞지 않다"며 "해외도 무제한 요금제를 없애는 추세여서 재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즉, 무선인터넷을 적게 쓰는 이용자들은 매달 이용량에 비해 과도한 요금을 내는 형국이어서 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를 처음 언급한 것은 최시중 위원장이다. 그는 17일에 열린 2기 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과다한 트래픽으로 통화품질을 떨어뜨리니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방통위가 무제한 데이터 폐지를 검토하는 이유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스마트폰 뿐 아니라 일반 휴대폰 통화까지 지장을 주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통사들이 무제한 데이터 이용제 실시 이후 이동통신망에 과도한 부하가 걸려 통화가 끊어지거나 아예 전화가 걸리지 않는 현상(본보 2010년 10월20일 보도)이 발생했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도 이달 초 스마트폰 도입 이후 데이터 이용량이 늘어나며 통화가 끊기는 통화 절단율이 2009년 0.19%에서 지난해 11월 0.55%로 189%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이용자들의 이용량을 제한하는 방안을 이통사들과 논의 중이다. 용량을 얼마로 제한하든 사실상 무제한이 아니라는 점에서 폐지나 다름없다.
일부 상임위원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모 위원은 "무제한 이용은 와이파이로 하면 되는데 왜 전화(이동통신)망으로 이용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느냐"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역설했다.
이통사들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모 업체 관계자는 "SK텔레콤에서 처음 무제한 데이터 이용제를 내놓은 이후 모두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며 "사실상 무제한 데이터 이용제 때문에 통화가 끊기는 문제가 발생해 골치를 앓았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이통사들은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지만 폐지를 원하고 있다. 모 통신업체 사장은 "없어지면 좋은 것 아니냐"며 "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인데 누가 나서서 먼저 없애겠느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기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이용자들의 반발이다. 이 부분에 대해 아직 방통위나 이통사 모두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도 좋지만 공짜는 곤란하다"며 "적정 용량으로 조절해야 하는데, 그로 인해 요금이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한다면 다른 부분을 조정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부분이란 음성통화와 데이터 이용량을 분리해 기본 제공하는 음성통화량을 늘리는 방안이다. 하지만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는 방통위에서 권고나 유도를 할 수 있지만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이통사에 달려 있다.
2.1㎓ 추가 주파수 배분도 백지화해야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주파수 배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통사들은 늘어나는 데이터 이용량에 대처하기 위해 5월 중 비어있는 3세대 이동통신용 2.1㎓ 주파수의 20㎒ 대역폭 사용 신청을 할 예정이다. 방통위에서 심사해 이통 3사 가운데 한 군데에 할당할 예정인데, 데이터 이용량 폭주를 유발하니 아예 나눠주지 말자는 주장이 방통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주장 역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양문석 방통위원은 "주파수를 추가로 줘도 6개월에서 1년 안에 데이터 폭증이 또 일어난다"며 "추가 주파수 할당을 하지 말고 요금제 개선 후 롱텀에볼루션(LTE)이나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의 조기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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