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저출산 시대, 신생아를 살리자/ <중> 늘어나는 老産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저출산 시대, 신생아를 살리자/ <중> 늘어나는 老産

입력
2011.03.28 01:36
0 0

■ 고령 산모가 28%… 태아 건강 '빨간불'

지난달 말 병원을 찾은 김모(34)씨와 최모(37ㆍ여)씨 부부는 담당 의사 앞에서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5개월째인 태아가 염색체 이상으로 기형인 것 같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서로 네 탓을 했던 것. 김씨는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술 담배를 자주 하는 건 사실이지만 결국 임신을 한 아내가 몸 관리를 잘 못 한 것 아니냐"고 따져 들었다. 그러나 부부싸움을 말리던 담당 의사는 "임신 후 건강 관리 문제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임신부의 나이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납득을 못하는 부부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노산(老産)은 단순히 산모의 나이가 많아서 태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서울 상계동에 살고 있는 정모(39)씨는 "첫 아이를 낳고 9년 만에 둘째를 임신했는데 확실히 몸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며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고, 급기야는 당뇨까지 걸렸다"고 했다. 임신성 당뇨는 고령 산모를 괴롭히는 대표적 질환으로 꼽힌다.

더욱이 정씨는 당뇨와 함께 지난 주 고혈압 판정도 받았다. 상계동의 M 산부인과 관계자는 "고령에 따른 신체 대사적인 문제로 쉽게 살이 찌고,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져 고혈압이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진단했다. 임신성 고혈압은 합병증으로 미숙아, 발육부진태아, 태아나 신생아 사망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고지경 교수(산부인과)는 "고령 산모는 임신성 당뇨 등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이는 조산과 기형아 출산 등 태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산에 따른 위험도는 높아지지만 만혼 등 사회적 환경 탓에 고령 산모는 급증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35세에서 39세 연령층의 출생아 수는 6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1,000명 증가했다. 반면 20대 후반(25~29세)과 30대 초반(30~34세)은 각 1만3,000명, 6,000명이나 줄어들었다. 2009년 관동대 의대 제일병원이 진료한 산모 6,072명을 조사한 결과 35세 이상 고령산모가 1,741명이었다. 무려 3분의1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들 산모의 건강 적신호는 곧 태아의 건강과 직결된다. 아픈 엄마로부터 태어난 아이가 건강할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 이달 초 임신 34주 만에 조산을 한 김모(41)씨는 "조산에다가 태반이 잘못 붙는 바람에 아이가 나오는 입구가 막혀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다"며 "병원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모르지만 내 나이가 출산을 하기에는 많았다는 얘기를 하더라"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에도 임신을 했지만 당뇨 진단과 함께 자연 유산을 하기도 했다.

태아 염색체 이상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지난해 다운증후군(21번 염색체 이상) 아이를 낳은 A(39)씨는 "10년 전에 첫 아이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이번에 둘째 아이가 질병을 가지고 태어나 너무 당혹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고령의 경우 난자가 임신 과정에서 염색체를 분리하는 데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관동대 의대 제일병원은 40세 임신부가 다운증후군 신생아를 분만할 위험이 30세보다 약 9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고령 산모의 경우 더욱 철저한 임신 전 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일반적인 산모들처럼 규칙적인 식습관과 금연 금주를 병행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몸의 상태를 확실하게 파악한 후 '계획 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동대 의대 김문영 제일병원 교수(산부인과)는 "절대 유난을 떠는 게 아니다. 적어도 임신 전 1개월은 집중적으로 몸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다. 건강한 엄마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k.co.kr

■ 고령 임신부 건강한 아이 출산하려면

올해 마흔이 된 김모(서울 홍은동)씨는 16주차 임신부다. 김씨는 매일 아침 남편과 큰 아이(13)의 밥을 챙겨주자마자 부리나케 집 근처 수영장으로 향한다. 점심은 보통 생식으로 해결하고 외식을 하는 경우도 잡곡밥과 나물, 채소 위주의 식단을 고집한다. 햄버거 등 인스턴트, 당이 높은 탄산음료는 입에 대지 않는다. 당 수치가 높아 늘 임신성 당뇨를 염려하며 식습관을 조절한다. 기형아 출산 예방에 좋다는 엽산ㆍ철분약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김씨는 27살에 첫 아이를 낳았지만 30대 들어 유산을 4번이나 반복했다. 3년 전 난소 혈관이 터져 수술까지 받았던 터라 몸가짐에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

김씨는 "20대에 별 문제 없이 아이를 가져 전혀 걱정을 안 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임신이 힘들어졌다"며 "이번만큼은 아이를 또 잃고 싶지 않아 회사도 휴직하고 몸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평균 출산연령은 31.28세로 산모의 평균 초산연령도 처음으로 30세를 넘었다. 취업 및 만혼으로 고령출산이 불가피해지면서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예비 부모들이 늘고 있다. 임산부 운동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진 요가와 수영의 경우 임산부 대상 프로그램이 이미 보편화됐다.

신촌의 한 요가원에서 만난 유현(40)씨는 "직장여성들에게 임신은 커리어 단절이라는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1년 동안 내 몸에 투자한다고 마음을 고쳐먹으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등교사인 유씨는 둘째 아이 임신을 위해 1년간 휴직계를 냈다.

유씨처럼 노산인 경우 건강한 아이 출산에 대한 걱정으로 임신 전부터 준비하는 고령 산모도 점차 늘고 있다.

임신 준비는 물론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남자도 못지 않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적어도 임신을 계획했다면 남자와 여자 모두 3개월 전부터 과음을 삼가고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정기검진만 잘 받아도 대부분의 고위험 임신 질환은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