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과학기술부를 쳐다보고 있으면 '그렇게 할 일이 없나' 싶을 정도로 진보 교육감 지역의 교육자치업무를 일일이 제동 거는데 온 정력을 쏟고 있다. 이러려면 교육감을 왜 선거로 선출했나 싶을 정도로 자괴감이 든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상희(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함께 개최한 '위기의 교육자치 진단과 해법' 토론회에서 이 같이 개탄하며 "교육자치가 무력화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3월 들어서만 ▦간접체벌 허용ㆍ평준화 지정 교육감권한 박탈(18일) ▦경기도교육청에 민노당 후원교사 중징계 명령(15일) ▦교육감 실시 사업비 재정심사 대상확대(10일) ▦자율형 사립고 전형방법 교육감 권한 박탈(4일) 등 시도교육감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령개정과 각종 명령이 잇따르고 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 등 6개 시ㆍ도에서 이른바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이후 교과부는 모두 6차례 교육법 시행령과 규칙 등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발효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대표적 사례다. "학교장의 권한과 책임을 법제화해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것이 시행령 개정의 취지지만, 각 학교가 학칙을 개정해 간접체벌을 할 수 있도록 해 진보 교육감의 간접체벌 금지 공약 추진을 가로막은 것이 골자였다. 교육감의 평준화 지역 지정권한도 박탈됐다. 김 교수는 "겉으로는 학교의 자율을 강조하면서 속으로는 진보성향 교육감의 정책 추진의지를 좌절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교과부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결정사항을 수용한 비율도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전 57%에서 지방선거 후 22%를 급격히 낮아졌다. 김 의원의 주장이 단순한 야당의 상투적인 정부 비난 이상으로 받아들여지는 근거다.
교과부의 무리한 권한 행사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과 전교조, 교장과 평교사 등 교육계에 잠재해있던 분열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교과부는 진보 교육감의 권한을 축소하면서 일선 학교의 자율성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일선 교장들마저 교과부의 정책을 무조건 환영하는 것 같진 않다. 당장 간접체벌 허용만 보더라도 학칙 개정을 놓고 교육부와 교육감의 지시가 달라 손을 놓고 관망하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교총이 전국 초중고 교장 1,1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21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8.5%가 "교과부와 시ㆍ도교육청 간 정책혼선이 학교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그 결과 최근 교장생활의 만족도가 "저하됐다"고 대답한 교장이 84.7%에 달했다.
교과부의 지나친 정치 편향성도 권한 행사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과부가 지난해 2월 '한나라당 보좌진 간담회'에 보고한 '학교급식 정책 및 현안사항'이라는 문건에서 "야당이 2010년 예산안 심의시 무상급식을 명분으로… 금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성을 위한 호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으니… (무상급식을 추진하던 경기ㆍ경남 교육청에 대해) 특별교부금 등을 이용해 재정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보고대로 추진됐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은 교육정책을 총괄 책임지는 교과부의 정당한 권한 행사이며, (비교적 경미한) 벌금형을 선고 받은 교사라 하더라도 (해임 파면 등) 중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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