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주박] 문맹 60대, 마트 손수레 가져갔다 도둑 오인

"박스 줍는 할머니 갖다 주려고 가져왔어요. 버린 건 줄 알았는데, 죄송합니다."

26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 당직실. 한 대형마트에서 시가 12만원 상당의 손수레를 훔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조모(64)씨는 몇 시간째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지하철역 앞에서 손수레를 끌고 가던 조씨를 절도 혐의로 현장에서 검거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청소 일을 하는 조씨가 생활고 때문에 고물상에 손수레를 팔기 위해 훔친 것으로 보고 조씨를 추궁했다.

그러나 조씨는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조씨는 경찰에 "길거리에 있길래 버려진 건 줄 알았지, 훔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조씨는 마트에서 300~400m 떨어진 지하철역 입구에서 손수레를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또 글자를 읽고 쓸 줄 몰라 손수레에 적혀 있는 마트 이름을 보지 못해 버려진 물건인지 알았다고 덧붙였다.

몇 시간동안 조사한 경찰은 결국 조씨를 훈방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선의(?)로 가져갔다는 조씨의 진술에 진정성이 있고, 관련 전과가 없는데다 정황상 고의로 훔친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