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무엇인가. 연합군의 리비아 공습으로 민간인이 100명 이상 희생됐다는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측 발표를 두고 연합군과 리비아 정부가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리비아 보건부 관리인 칼레드 오마르는 25일(현지시간) 23일까지의 연합군 공습으로 적어도 114명이 숨지고 44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인과 군 피해자가 각각 얼마인지 설명하지 않았지만, 정부 대변인은 24일 연합군 공습으로 거의 100명에 이르는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했었다.
리비아 정부는 또 24일 희생자 33명의 장례식장에 외신 기자들을 데려가고 25일엔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보여줬다. 트리폴리 외곽 타주라의 폭격당한 민가도 공개했다.
하지만 서방 외신과 연합군 측 반응은 싸늘하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27일 CBS에 출연, "우리는 카다피 측이 자신들이 죽인 사람을 연합군이 폭격한 지점에 가져다 놓았다는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21일에도 미 국방부는 "카다피 측근이 시체 보관소에서 시신을 가져가 폭격 희생자처럼 만들었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었다. 카다피 측은 19일 연합군 공습 개시 직후에도 민간인이 희생됐다며 장례식에 데려갔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은 26일 "현재까지는 민간인 희생자가 없었다"며 "민간인이 희생되지 않도록 극도로 주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리비아 정부의 안내로 장례식장을 취재한 AP통신은 "33명의 장례식장이라고 했지만 시신은 13구였고, 그들이 누구고 어떻게 죽었는지 리비아 정부는 설명하지 않았다"며 "아랍에서 순교자의 장례식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울부짖는 어머니, 구호를 외치는 친척들, 커다란 희생자 사진도 없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AP는 또 "25일 병원에서도 불에 탄 시신은 있었지만 관계자들은 이름 등을 확인해주지 않았다"며 "몇몇 시신은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여성이었고, 젊은 남성 시신의 옷은 녹색의 군 위장복이었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리비아 관리들은 연합군 공습으로 민간인이 100명 넘게 희생됐다고 하면서도 기자들이 독자적으로 병원을 찾거나 희생자 가족, 부상자를 만나 사실을 확인하는 것을 막는다"라고 꼬집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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