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주기의 비감 속에서 또다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유엔 세계식량기구(WFP)ㆍ식량농업기구(FAO)ㆍ유니세프(UNICEF) 등은 북한의 요청으로 지난달부터 현지 9개 도 40개 군을 방문했다. 그리고 지난 주 펴낸 보고서에서 "식량부족기(Lean seasonㆍ5~7월) 초기에 식량배급이 바닥날 수 있다"며 47만5,000톤의 대북식량지원을 국제사회에 권고했다.
유엔의 권고 시점에 맞춰 오늘 방한하는 WFP 대표단은 통일부 등을 상대로 대북식량지원 문제를 협의할 모양이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이미 "인도주의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는 분리하겠다"며 지원의사를 시사했다. 우리 당국자들도 "영ㆍ유아나 임산부 등에 대한 인도적 지원까지 모두 배제하지는 않는다"며 지원의사에 여지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주부터 우리와 미국, 유엔 간 대북식량지원의 조건, 시기, 물량, 방법 등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식량지원은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을 전후해 급격히 위축됐다. 특히 북한은 2009년 초까지 WFP가 지원하는 식량의 분배를 감시할 한국어 구사 요원에 대한 비자발급을 거부하는 등 모니터링을 제한했다. 그러자 당시 50만톤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던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호주 등이 지원을 중단했다. 우리 역시 그 동안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대북지원을 거론할 상황조차 안 됐다.
대북식량지원은 인도주의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개입'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론 지원을 재개하는 것이 맞지만, 북한에 대한 불신이 크게 높아진 우리 국민에게 그것을 어떻게 납득시키느냐가 문제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최근 미 상원청문회에서 "적절한 모니터링과 지원식량의 전용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보장돼야 한다"는 식량지원 재개의 기준을 밝혔다. 우리 정부 역시 지원에 앞서 WFP의 9단계 분배 모니터링의 내실화, 감시요원의 확충 등 분배 모니터링 강화 방안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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