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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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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임신

입력
2011.03.2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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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초여름이었다. '뭔가 달라졌다'는 직감이 들어 약국에 갔다. 초조한 마음으로 다음날 아침이 되길 기다렸고, 드디어 결과를 확인했다. 임신진단키트에 선명하게 나타난 두 줄이 눈에 들어온 순간, 이상하게도 눈물부터 났다. 그날 참 많이 울었다.

왜 그랬을까 되돌아보면 아마 기쁨보다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이었지 싶다.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말이다. 언젠가는 거쳐야 할 일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갑작스럽게 맞닥뜨릴 줄 몰랐다. 많은 생각이 스쳤다. 자신도 제대로 못 챙기는 내가 아기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제일 컸다.

지금은 안다. 그렇게까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는 걸. 그리고 하나 더 알아가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게 참 기쁜 일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 기쁨을 간절히 기다리는 여성들을 위한 좋은 소식을 최근 접했다. 습관성 유산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국내 과학자들이 찾아냈다.

일반적으로 임신 초기인 20주 전에 3번 이상 연속적으로 유산되면 습관성 유산으로 본다. 습관성 유산은 오랫동안 여성 불임의 가장 큰 이유로 지목돼왔다. 특히 최근 들어 크게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임신부의 15%가 유산을 경험하고, 그 중 3명 가운데 1명은 습관성 유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는 습관성 유산 여성 29명과 보통 여성 28명의 혈액을 뽑아 그 안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특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65% 이상의 습관성 유산 여성에게서 특정 단백질(IHI-H4)의 길이가 유달리 짧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이 습관성 유산을 일으키는데 관여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금까지 습관성 유산의 절반 이상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때문에 뚜렷한 예방법도 치료법도 없었다. 이번에 처음 힌트를 찾은 셈이다. 연구팀은 IHI-H4 단백질을 이용해 혈액검사만으로 습관성 유산을 미리 알아낼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이 단백질의 길이가 짧아지는 이유가 밝혀지고,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온다면 치료까지도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취재 때문에 여성전문병원에 갔다 화장실에서 30여분을 보낸 적이 있다. 엄마가 되고 싶어 불임치료를 받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화장실 벽에 빼곡히 남겨둔, 서로를 격려하는 내용의 메모를 보다 그렇게 시간이 갔다. 이번 연구결과를 그 메모들 옆에 붙여두고 싶어졌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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