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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이탈한 국·공립 공연장] <2> 예술의 전당이야? 대관의 전당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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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이탈한 국·공립 공연장] <2> 예술의 전당이야? 대관의 전당이야?

입력
2011.03.2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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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현대 예술의 거점으로 차별화(1997, 2003년 당시 문광부 채택 문화정책개발원 정책보고서 등)하기로 한 예술의전당은 상업화가 지나쳐 전략과제의 하나인 문화격차 해소에서 이탈하고 있다.

29일 예술의전당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5개 공연장) 922건 가운데 대관공연이 815건으로 전체의 88%다. 자체기획 공연은 10건 가운데 평균 1건 정도에 그친 셈이다.

그나마 기획공연인 '11시 콘서트' 등도 대부분 기업과 공동주최해 대관공연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연계에서 "예술의전당 자체 기획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관공연 가운데 기업에 전석을 내주는 경우도 있다. 한 예로 지난해 12월 9일 토월극장(1,000석)은 전석을 비워 삼성증권 임ㆍ직원이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며 송년회를 했다.

공사 비용이 기업에게 전가된 경우도 있다. 예술의전당은 올해 10월 완공 예정인 챔버홀 리모델링 공사비 90억원 가운데 45억원을 IBK기업은행에서 받아 완공 후 이름을 IBK챔버홀로 바꾼다. 이 극장은 1년에 2번 이상 기획공연을 열어 기업은행 관계자만 관람시킬 예정이다.

대관 기준이 오락가락한다는 것도 문제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2000년 초부터 전체 공연 일수의 70%를 뮤지컬 장르가 차지해 '오페라 발레 합창 등 서양 음악 중심 공연장르의 거점'이라는 당초 목표가 변질된 지 한참됐다. 그런데 2008년 9월 문화부 지침에 의해 갑자기 뮤지컬 장르에 대한 대관을 중단했다. 또 조용필 콘서트는 매년 자리를 내주다가 인순이 공연 대관은 불허하는 바람에 대관 기준이 왔다갔다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ㆍ공립공연장의 공공성과 효율성 사이의 균형을 판별하는 기준인 재정자립도면에서 예술의전당은 70%대를 유지해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높다. 유럽과 미국의 국ㆍ공립공연장은 평균 10% 내외, 최대 60%대의 재정자립도를 유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시장 논리로 예술의전당 기관장 평가를 하는 게 요인으로 지적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화부는 예술의전당 사장에 LG패션 사장 출신인 신홍순 전 사장을 임명해 영국 런던의 바비칸센터를 롤 모델로 재정자립도를 더 높이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신 전 사장은 기획재정부 기관장평가에서 경고, 문화부 감사에서 지적 등을 받고 조기 퇴진했다. 무리한 밀어붙이기가 낳은 폐해다.

한 공연 전문가는 "예술의전당은 실험적이고 시장주의적인 바비칸센터 모델만이 마치 정답인양 따라가고 있다"며 "하지만 이렇게 계속되면 예술은 모두 죽는다"고 지적했다.

문화부 1차관 출신인 김장실 예술의전당 사장이 회장을 겸직하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는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나눔추진단사업을 이관받는 등 연합회의 예산과 업무 영역을 늘려 문화부 지방 이전 후 문화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국립발레단ㆍ오페라단 등의 대관 공연은 기획공연 성격이 강해 대관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IMF 이후 정부 차원의 공공기관 선진화나 슬림화 방안에 의해 재정자립도가 높아졌고, 한문연의 업무 확대는 예술의전당에서 생산된 콘텐츠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려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김청환 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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