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 이후의 리비아 장래에 대한 청사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리비아 공습과 관련된 40개 국가 및 국제기구 대표들이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첫 회의를 갖고, 카다피 이후의 리비아에 대해 논의했다. 연합군의 수도 트리폴리 공습도 재개됐다.
이날 회의는 연합군 공습에 대한 정당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카다피 국가 원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회의에서 "연합군의 군사적 행동은 카다피 국가 원수가 유엔 결의를 지킬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카다피는 선량한 시민들에 대한 총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사적 개입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또 이날 회의 직전 반 카다피 시민군 지도자인 마흐무드 지브릴 국가위원회 총리와 만나 대화를 나눈 뒤 시민군 거점인 벵가지로 미국의 특사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도 수도 트리폴리가 아닌 시민군 거점인 벵가지에 정식 대사를 보내기로 했다. 국제 사회가 반 카다피 시민군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대목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리비아의 민주화 이행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국제 사회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막 연설자로 나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리비아 국민이 스스로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선 군사적 압박 외에 카다피의 망명 등 외교적 거래 가능성이 논의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서방 국가들은 카다피를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카다피의 망명을 받아들이는 것도 선택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선 카다피 원수의 아프리카 망명에 협조할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고, 베네수엘라 망명설도 제기되는 등 각종 출구 전략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카다피를 ICC에 보내기를 원한다"며 카다피에 대한 면책 및 망명 보장 등의 유화책에 대해 부인했다.
한편 카다피 국가원수는 이날 런던 회의에 참가한 서방 주요국 앞으로 보낸 서신에서 리비아에 대한 '야만적' 공습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리비아 관영 뉴스통신 자나(JANA)가 공개한 서신에서 "리비아에 대한 야만적이고 부당한 공격을 중단하라"며 "평화적인 국민과 개발도상에 있는 국가를 상대로 한 대량 학살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히틀러의 군사 행동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선 또 앞으로 리비아의 '포스트 카다피' 체제를 논의할 실무 연락 그룹(Libya Contact Group)을 신설키로 하고, 첫 회의를 카타르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회의엔 서방 국가 이외에도 7개 아랍 국가들과 아랍연맹, 아프리카연합 소속 대표들도 참석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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