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판사의 절반 이상이 여성으로 임명되는 상황에서 서울중앙지법(원장 이진성)이 업무와 재판진행, 회식 등에서 여성 배석판사를 배려하는 구체적 안내서를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여성 배석판사들과 함께 근무하는 부장판사의 유의점’이라는 지침을 작성해 여성 배석판사과 재판부를 구성한 남성 부장판사들에게 돌렸다고 27일 밝혔다.
지침은 남성 부장판사가 여성 배석판사와 대화할 때 이성교제, 의상, 신체 등의 주제를 피하고, 여성 판사와 단둘이 방에 있는 상황이 생기면 방문을 열어둘 것을 권고했다. 재판이 2시간 이상 진행될 경우에는 여성 판사에게 미리 의견을 청취하고, 여성 판사가 무거운 서류철을 들고 이동하지 않도록 배려할 것도 주문했다.
지침은 여성 판사의 취향을 고려해 공연이나 영화관람 등의 형태로 회식을 추진할 것을 남성 부장판사에게 권했다. 부득이하게 술자리 회식을 해야 할 경우에도 여성 판사에게 술이나 노래, 춤을 강권하지 않아야 하며, 가급적 10시 전에 회식을 끝낸 뒤 귀가하는 택시의 번호를 적어둬 무사히 도착했는지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지침은 여성이 남성보다 식사 속도가 늦는 점을 고려해 남성 부장판사가 가급적 천천히 식사를 하고, 외부 식당을 이용할 경우 순번을 정해 여성 판사가 메뉴를 고르도록 하는 방법을 활용할 것도 주문했다. 또 야근을 위해 저녁을 먹을 때는 여성 판사가 먼저 요청하지 않는 이상 따로 식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해당 지침은 지키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는 강제적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여성 판사가 급증하는 추세에 맞춰 남녀 차이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오는 오해나 불편한 상황을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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