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을 동반성장에 집중하겠다. 동반성장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생존전략이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29일 언론브리핑에서 힘주어 한 말이다.
기시감이 든다. 불과 두 달 반 전, 공정위가 비슷한 수사를 동원해가며 부처 역량을 모으겠다고 강조한 일이 있어서다. 그 때 주제는 물가였다. 물가안정이 최고 국정과제로 떠오른 1월, 김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물가관리 중요성을 언급했고 별도 조직까지 신설해 물가와의 전쟁에서 첨병 역할을 떠맡았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어떻게 물가 잡는 부서가 될 수 있나"는 비판이 있었지만 공정위는 "물가가 더 이상 정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과제가 됐기 때문"이라며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젠 물가 대신 동반성장이 공정위의 존재이유가 됐다. 동반성장이 화두가 되면서 공정위는 '물가와의 전쟁'에 첨병에 섰듯, 동반성장 구현을 위해 다시 전투태세를 가다듬는 분위기다.
사실 엄밀히 따진다면 물가 보다는 동반성장이 공정위의 고유업무에 훨씬 가깝다. 동반성장이 실현되려면 대기업과 협력업체간에 균형된 하도급관계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공정위는 바로 그런 일들을 감시하는 곳이다. 따라서 공정위가 동반성장의 깃발을 높이 든 게 이상할 일은 전혀 없고, 오히려 때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
문제는 공정위의 일하는 방식이다. 애초 "공정위는 물가를 관리하는 곳이 아니다"고 했다가, 위원장이 바뀌고 대통령이 '물가와의 전쟁'을 얘기하자 곧바로 '물가 주무부처'임을 자임했다. 그리고 '물가와의 싸움'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두유랑 단무지 가격 말고는 별로 담합문제를 밝혀낸 것도 없는 상황에서, 이번엔 또다시 '동반성장에 역량집중'을 강조했다. 마치 정부가 벌이는 모든 전쟁의 선봉에 서겠다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공정위는 이런저런 전쟁에 투입되는 기동타격대가 아니다. 단기과제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는 더욱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건 좋지만, 점점 더 가벼워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영창 경제부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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