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2011년 2월 시 장원에 이예슬(대구 구암고ㆍ필명 라온지음)양의 ‘버리지 마시오’가 선정됐다. 이야기글에서는 박민혁(인천 제물포고ㆍ필명 ARS)군의 ‘거대 햄스터’, 생활글에서는 김예린(청주 흥덕고ㆍ필명 늘픔린)양의 ‘사랑의 갈등’, 비평ㆍ감상글에서는 송유진(덕원여고ㆍ필명 아라비스)양의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을 읽고’가 각각 월 장원에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 글틴’ 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 전국국어교사모임은 문장글틴 홈페이지를 통해 연중 온라인으로 청소년의 글을 공모하고 있다. 호밀밭의>
버리지 마시오
이예슬(라온지음)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딱지가 내려앉은 묵은 상처처럼 거무스름한 팻말 아래
온갖 쓰레기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분에 못 이긴 사내가 집어던진 짜증이
부서진 탁자처럼 나동그라져 있고
이제 제발 그만 좀 드세요 하는 애원이
술병처럼 넘어져 있고
머리가 아프도록 울어낸 눈물의 뭉치들이
휴지처럼 구겨져 있고
목이 매어 채 먹지 못한 허기짐이
쉰 밥처럼 버려져 있는
이곳에
행복을
버리지 마시오
이제 막 돋아나는 새 살처럼 마알간 얼굴의 팻말 아래
소복소복 따스한 눈이 내리고 있다
▦심사평
낡아갈 틈도 없이 서둘러 버려지는 게 우리 주위엔 너무 많다. 같이 낡아가며 같이 늙어갈 수 있는 게 사랑의 구체적 정황일 것이다. 서둘러 버려지지 않을 권리, 그 소박한 행복론이 쓰레기들의 전생(前生)을 보듬는구나.
유종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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