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어는 완벽했지만 개운함은 없었다.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은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평가전의 의미를 ‘새로 운 대표팀 탄생의 기회’로 정의했다. 하지만 정작 온두라스전에서는 ‘미래’가 뚜렷이 보이지 않았다. 한국은 이정수(알 사드)와 김정우(상주 상무), 박주영(AS모나코), 이근호(감바 오사카)의 릴레이 골로 4-0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5개월여 만에 상암벌에서 열린 A매치 승리의 기쁨보다는 아직까지 ‘포스트 박지성’을 찾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은 한 판이었다.
‘포스트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박주영을 원톱으로 세운 ‘조광래호’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8위인 온두라스를 맞아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붙였다. 23일 귀국한 뒤 경기를 준비했던 온두라스는 추운 날씨 탓인지 몸이 무거워 보였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청용(볼턴)은 박주영과 함께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공격을 주도했다. 주장 박주영은 적극적인 공중볼 다툼과 몸싸움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이청용도 문전으로 파고들며 골문을 노렸다.
재치 있는 패스와 움직임이 빛난 이청용은 수많은 득점 찬스를 만들었지만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 전반 7분 이청용은 김정우의 패스를 아크 오른쪽에서 받아 오른발 강슛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 바야 달레스의 발에 맞고 튀어 나왔다. 3분 뒤 박주영이 가슴으로 넘겨준 공을 논스톱 슈팅으로 때렸지만 역시 살짝 빗나갔다. 12분에도 득점 찬스를 놓친 이청용은 전반 19분 완벽한 선제골 찬스를 넣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선제골은 이청용과 박주영도 아닌 수비수 이정수의 발에서 나왔다. 전반 28분 기성용(셀틱)이 코너킥으로 올려준 볼을 오른발로 트래핑하면서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제친 이정수는 넘어지면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전반 43분에는 아크 정면에서 박주영의 힐패스를 받은 김정우가 오른발 슛으로 상대의 골 그물을 갈랐다.
허리진 삼각편대 시너지 효과?
이날 조 감독은 ‘역삼각형’의 중원을 형성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성용을 홀로 세우고 이용래(수원)와 김정우를 박주영 아래 배치했다. 중원의 3인방을 모두 활용하고자 했던 조 감독의 실험이 관심을 끌었다. 6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김정우는 공격적인 임무를 부여 받았지만 경기 초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힘 있게 밀고 들어가야 하는 순간에 적극적으로 파고들지 못했고, 몸싸움 등에서 밀리며 공을 자주 빼앗기는 장면을 연출했다.
김정우가 공격적인 임무를 해주길 바랬던 조 감독의 의도는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도 부족해 수비진에서 중앙으로 전진 패스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장면도 종종 포착됐다. 한국은 후반에도 여전히 같은 포메이션으로 나왔지만 전반전처럼 공격에 불을 뿜지 못했다. 결국 ‘세밀한 패스워크’를 원했던 조 감독의 의도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은 셈이다.
그래도 한국은 전의를 다소 상실한 것처럼 보인 온두라스를 막판까지 몰아붙이며 2골을 추가했다. 후반 37분과 후반 45분에 박주영과 이근호가 각각 헤딩골을 성공시켜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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